`산림경제` 등 농업관련 옛 문헌을 보면 고삼, 백두옹, 제충국 등 주로 자연에서 추출한 독성물질을 우리 선조들도 농약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나라에서 화학합성농약이 처음 사용된 것은 일제시대부터이다. 하지만 농약이 본격적으로 사용된 때는 1970년대 식량증산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로써 우리나라도 단군 이래 최초로 굶주림에서 벗어났다.
한편 농약의 광범위한 사용에 따라 여러 가지 악영향이 나타나게 됐는데, 농약 중독, 환경오염, 생태계 교란 등이 그것이다. 정부에서는 농약 안전사용기준과 잔류허용기준 설정, 농약 사용등록제 등을 통해 농약사용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안전과 건강에 대한 시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농약에 대한 우려는 함께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농약관리 제도는 사용해서는 안 되는 성분을 규제하는 금지물질목록관리 제도를 근간으로 해왔지만 2016년 12월에 농약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Positive List System, PLS)가 도입돼 2018년 12월부터는 모든 농산물에 적용될 예정이다. PLS란 잔류허용기준이 설정된 농약과 국내 사용등록이 되어 있는 농약 이외에는 0.01ppm의 일률기준으로 관리하는 제도로 허용된 물질만 사용할 수 있다.
2016년 우리나라의 잔류농약 안전성조사 부적합률은 1.7%정도 였다. 이 제도가 본격 시행되는 2018년 이후에는 6.0%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어느 날 갑자기 농산물의 안전성이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PLS를 적용함으로써 검사기준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는 이 제도에 대한 적극적 홍보와 올바른 시행으로 생산자들의 잘못된 농약사용 관행이 바로잡히고, 보다 안전한 농산물이 소비자들에게 공급될 것으로 기대한다.
김해령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남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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