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가 지난 반세기 동안 빠르게 변해왔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지만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지는 세상은 빠르다 못해 순식간에 지나가고 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옛날 생각을 하면 체감할 수 있겠지만 젊은 사람들은 그 느낌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이를 알게 해주는 것 중 하나가 통계로 비교하는 방법인데, 예를 들어 해방 당시의 GNP와 현재를 비교해보면 600배가 늘었고 수출은 1만 배, 국민 수명은 최근 40년 동안 20세가 늘었다. 그렇지만 우리의 삶의 터전인 일터에서 1964년 이후 산업재해율은 12배가 감소했지만 여전히 연간 9만여 명이 다치고 1800여 명이 사망하고 있는 것이 우리 일터의 현실이다.

이렇게 통계로 확인할 수도 있겠지만 가끔은 사진 한 장이 그 빠른 변화를 이야기해주기도 한다.

얼마 전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남한강에서 바지선이 운행되던 시절의 모습을 담은 흑백사진 한 컷을 발견했다. 세월이 이십오 년 이상 흘렀지만 그곳이 어디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개인적으로도 추억이 담긴 소중한 사진이었다. 협회에 입사하던 90년대 초쯤에는 도로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여주나 양평으로 출장을 가기 위해서는 남한강을 건너야 했으나, 그 구불구불하고 긴 남한강을 건너기 위한 다리는 고작 두 개밖에 없어서 강 건너 눈앞에 출장지를 두고도 먼 거리를 우회하거나 바로 그 사진에 있는 여주 이포강변에서 바지선에 승용차를 싣고 강을 건너야 하는 불편한 시절을 지냈던 기억이 있다.

그 시절 거의 대부분 중소기업에 컴퓨터는 고사하고 팩스나 복사기가 흔하지 않던 때라서 겨우 강을 건너갔지만 필요한 안전자료나 정보를 즉시 제공하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하거나 우편물로 보내주던 어려운 환경들이었다. 그러니 민원이 있어 관공서를 찾아가야 할 사업장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관공서 사이의 그 많은 사연은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 그 사이 이십대의 파릇했던 필자도 어느덧 그때 그 시절을 이야기하는 꼰대가 되었고, 지금 그 자리에 웅장하게 들어선 이포대교와 이포보가 과거의 사연을 아는지 모르는지 많은 사람에게 차원이 다른 멋진 길을 제공하면서 세상의 빠른 변화와 세월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당시 생각을 하다 보니 현재 이 지역에서도 유사한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꺼내보고자 한다.

고용노동부 보령지청 관내 충남 서쪽 지역은 22만여 명의 근로자가 종사하고 있고 2015년 통계기준 연간 1300여 명이 산업재해로 다치고 이 중 66명 정도가 사망하고 있는 산업재해 다발지역이다.

특히, 근로자 1만 명당 사망률은 2.87%로 전국 평균 1.01%의 3배에 근접하고 있고 대형사고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는 업체들이 다수 분포되어 타 지역과 비교하면 근로자들이 심각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지역으로 분류되어 있다.

특히 9만여 명의 근로자가 종사하는 서산·태안지역의 경우 석유화학·자동차·발전산업 등을 중심으로 확장되는 추세이며, 향후 서산 대산항 등 중국과의 교역 전진기지로 성장해가고 있으나, 민원을 해결해야 하는 고용노동부 보령지청은 최대 100여㎞나 이동해야 하는 원거리에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효율적인 서비스 제공과 사업장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소통과 지역 균형발전 측면에서 소요시간과 접근거리의 문제는 많은 불편을 초래해왔던 것이 현재 이 지역상황이다.

결국 환경이 다양하게 변하는 IT기반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산다고 해도 예나 지금이나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이상 일에 따라서는 결국 사람이 왕래하면서 할 수밖에 없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이완섭 서산 시장과 성일종 의원이 지난해부터 유치를 추진해 서산과 태안을 관할로 하는 `고용노동부 서산출장소` 설치가 지난 5일 최종 확정됐다. 서산고용노동지청 설치가 아니라는 점은 아쉽지만 출장소가 본격적으로 운영되면 사업장 안전보건 등에 대한 감독과, 근로자와 사업장 등과 관련된 민원과 행정업무가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이 지역 노사관계 안정을 기대해 본다.

김영환 대한산업안전협회 충남서부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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