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각 상태에서의 살인 행위가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대전고법은 존속살해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은 20대 피고인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을 선고하고 치료감호를 명령했다. 피고인은 지난 2016년 8월 마약류를 복용하고 어머니와 이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선 심신미약 상태에서의 유죄가 인정됐다. 하지만 항소심은 `환각상태에 빠져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심신상실 상태에서의 범행`으로 보고 살인혐의는 무죄, 마약류 위반 혐의만 유죄로 판단했다. 살인은 저질렀는데 처벌을 받는 사람은 없는 꼴이 됐다.

심신미약이나 심신상실자의 범죄행위는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하거나 없다`는 이유로 형이 감경되거나 면제되고 있다. 흔히 만취상태나 정신장애자의 범죄 행위 때 적용되곤 한다. 당연히 심신미약과 상실의 판단은 재판부의 몫이다. 따라서 1심의 `미약`이 항소심에서 `상실`이 되거나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범죄행위가 있고 피해자가 있는데도 무죄가 되는 것은 국민들의 법감정과 괴리를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마약류 등을 복용한 뒤 환각 상태에서의 범죄행위가 무죄가 되는 것은 더더욱 그러하다. 억지 논리로 비약하자면 심신상실 상태를 자초한 뒤 범행을 저질러도 무죄가 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할 것이다.

범죄에 대한 판결은 처벌도 있지만 일벌백계(一罰百戒)의 상징성이 결코 작지 않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 신상필벌(信賞必罰)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정신질환 범죄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법무부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 2006년 4889건이던 정신질환자 범죄가 2015년엔 7016건으로 10년 새 43%나 늘었다. 살인, 강도 등 강력범죄 비율도 2006년 4%에서 2015년엔 11%나 차지하고 있다. `환각 살인 무죄`와 무관하지는 않은지 한번 쯤 살펴볼 일이다. 정신질환자가 보호를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심신미약이나 심신장애에 대한 좀더 엄격한 판단과 적용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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