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사이버 심리전에 대응하기 위해 창설된 국군사이버사령부가 정치댓글은 물론 민간인 사찰까지 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군인들이 본연의 임무를 제쳐두고 권력자의 입맛에 맞는 정보를 수집해 평가하고, 청와대에 보고까지 하는 등 일탈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어제 국회 국방위의 국방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들은 사이버사령부가 지난 2011~2012년에 정치인은 물론 연예인과 체육인에 이르기까지 유명 인사들의 SNS 동향을 파악해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질타했다. 국감에 출석한 송영무 국방장관은 이를 인정하며 진상조사와 사이버사령부 개편을 약속했지만 이미 땅에 떨어진 군의 명예와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비록 전임 정권에서 저질러진 짓이라고는 해도 군의 특수조직인 사이버사령부의 행태는 황당하기 짝이 없다. 동향파악의 대상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 홍준표 한국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 유명 정치인은 물론 소설가 공지영, 가수 이효리, 야구선수 이승엽 씨 등 각계 인사가 망라되어 있다. 사이버사령부가 민간인 사찰을 하는 것도 불법이지만 군사기밀을 다루는 군의 특수 통신망을 통해 청와대에 이를 보고한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민간인의 동향을 군사기밀처럼 취급한 사이버사령부의 `과잉 보안`도 서글프지만 청와대에서 있는 누군가가 사이버사령부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했다는 점은 개탄스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사이버사령부는 북한의 디도스 공격을 계기로 2010년에 창설된 국방부 직할부대다. 인터넷 등을 통한 해킹이나 심리전 등 사이버전쟁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국감에서 드러난 사이버사령부의 정치댓글이나 민간인 사찰은 몇몇 정치군인의 일탈행위라고 치부할 일이 아니다. 명령체계가 확고한 군의 특성상 상관의 명령이나 지시가 위법하다고 해서 이를 거부하기는 어렵지만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은 정치댓글이나 민간인 사찰의 동조자로 남을 수밖에 없다. 국방부는 차제에 개입의 정도를 가려 합당한 처분을 하고 사이버사령부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조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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