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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상실은 사람 죽여도 무죄?!…국민정서 납득 어려워

2017-10-12기사 편집 2017-10-12 17: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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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있는데 벌을 받는 사람은 없다. 지난해 8월 환각 상태에서 자신의 어머니와 이모를 살해한 박모(20)씨의 이야기다.

박 씨는 최근 항소심 재판에서 존속살해와 살인 혐의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마약의 일종인 LSD를 복용해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만 징역 2년과 치료감호를 선고받았다. 박 씨가 무죄를 선고 받은 결정적 이유는 '심신상실' 상태였기 때문이다.

원심에서 박 씨는 '심신미약'으로 감경받은 바 있는데, 항소심에서는 박 씨의 상태가 심신미약이 아닌 상실로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박 씨가 사건 열흘 전에 LSD 복용에 의해 정신병적 증상이 발현됐고, 10일 동안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됐다. 사건 범행 당시 증상이 극도로 악화돼 살물의 선악과 시비를 구별하거나 자기 행동을 통제할 능력이 상실된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의 원심과 항소심의 형량은 형법 제10조가 갈랐다. 이 조항은 사물 변별, 의사 결정 능력이 없는 사람의 행위는 벌하지 않고 그러한 능력이 미약한 사람의 행위에 대해서는 형을 감경한다고 명시돼 있다. 주로 음주로 인한 만취 상태나 정신장애를 앓는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을 때 이 법이 적용된다.

문제는 재판부의 이런 판단이 법적으로는 납득될 수 있어도, 피해자를 비롯한 대다수의 국민 법감정과는 배치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조두순 사건이다. 조두순은 지난 2008년 12월 등교하던 여자어린이를 유인해 폭행과 강간으로 심각한 상해를 입혔다. 검찰은 조 씨가 자신의 성향을 알면서도 술을 마시고 범죄를 저질렀다면서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술에 취해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심신미약 상태라는 점을 인정, 징역 12년형을 선고했다.

이 같은 상황에 지난 1월 강행규정인 형법 제10조를 임의규정으로 바꾸는 개정안도 국회에서 발의돼 소관 상임위에 접수된 상태이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다. 근대 형사법의 대원칙인 '책임주의'에 반하기 때문이다. 이는 사리분별을 못하는 사람에게 법 규범에 맞게 행동할 것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처벌 할 수 없다는 것이 요지다. 14세 미만 미성년자를 형사처벌하지 않는 맥락과도 같다.

지역 법조계 관계자는 "근대 형사법의 대원칙인 책임주의에 반하도록 법을 개정할 수는 없다. 다만 심신미약이나 심신상실을 더욱 엄격히 적용할 필요는 있다"며 "형법 제10조는 형벌을 집행함으로써 국민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반예방 측면과 범인이 재범을 하지 않도록 하는 특수예방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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