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와의 대화

인간과 침팬지는 유전자의 98.4%가 일치한다. 이는 침팬지가 유전적으로 고릴라나 오랑우탄보다 인간에 더 가깝고, 아프리카 코끼리와 인도 코끼리 사이보다 인간과 침팬지와의 사이가 더 가깝다는 의미이다. 인간과 침팬지는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종(Next of Kin)이라 할 수 있다.

`침팬지와의 대화`는 무명의 젊은 심리학자가 세계적인 과학자로 성장하고, 열정적인 동물 권익 운동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는 한 편의 성장기이다. 또한 공생하는 존재로서 인간이 가져야 할 도덕적 의무와 생명의 의미를 우리에게 되묻는 침팬지들의 생존기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는 침팬지들의 언어 능력은 상상 이상이다. 침팬지의 언어 사용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들은 그것이 파블로프의 개처럼 행동 강화에 따른 단순한 반응일 뿐이라거나, 수학 문제를 푸는 말 한스의 경우처럼 실험 진행자의 무의식적 행동 단서에 따른 결과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러한 반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더욱 엄격한 실험을 진행하고 정밀하게 관찰·기록한다. 그리고 침팬지들이 개별 단어의 학습은 물론 단어와 단어를 연결, 문장을 만드는 언어적 확장성과 연결된 단어의 순서를 바꿈으로써 문장의 의미를 구분할 수 있는 유연성까지 가지고 있음을 증명한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우리는 인간과 동물의 구분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다른 종에 대해 인간이 가진 우월적 의식이 얼마나 부끄러운 것인지, 그리고 인간과 동물 사이의 우정과 사랑이 얼마나 위대할 수 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박영문 기자

로저 파우츠·스티븐 투켈 밀스 지음·허진 옮김/ 열린책들/ 528쪽/ 2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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