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예술의전당이 그동안 지역 예술단체에 공연의상을 대여하지 않던 원칙을 깨고 다른 지역 예술단체에 무상으로 빌려주자 지역예술계에서 형평성을 잃은 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1일 대전예당에 따르면 예당은 오는 28일 광주에서 열리는 광주시립오페라단의 창단기념공연 `오페라 갈라`에 오페라 및 합창단 의상 91벌을 대여해줬다.

이에 대전지역의 한 오페라단 관계자는 "지역 민간 오페라단들이 지난 몇 년간 대전예당에 의상 대여 등을 수 차례 요청했지만 `대여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는 말만 들었다"면서 "오페라 의상 제작에 최소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이 들어 큰 부담인데, 지역 예술단체는 단칼에 거절하고 타 지역 예술단체에 의상을 대여한 것은 스스로 원칙을 깬 거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대전예당은 개관 후 민간의 의상·소품 등의 대여 요청에 내내 `비대여 원칙`을 내걸어왔다. 대전예당 운영 조례 등에 의상·소품 대여 항목이 따로 없어, 대여 대상 및 범위·비용 등에서 합리적 기준을 만들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지역 예술단체에서 빌려달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자, 지역 민간예술단체 활성화 차원에서 내부규칙을 마련하자는 의견이 예당 일각에서 나왔지만 이 역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역의 한 민간예술단체는 "소품은 잘못하면 망가지기 때문에 빌려주기 어려울 수도 있다. 오페라 의상은 의지만 있으면 지원해줄 수 있는데, 이번 예당의 모습을 보며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전예당 관계자는 "광주시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이 전에 대전예당 오페라 연출을 하면서 오페라 의상 저작권을 일부 갖고 있어 대여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예당도 의상 저작권이 있으나 그동안 여러 이유로 지역 단체에는 관행적으로 난색을 표했던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장기적 측면에서 대여와 관련한 시스템을 구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은선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강은선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