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아내에게 약물을 주사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40대 의사에게 1심 법원이 어제 징역 35년 형을 선고했다. 법원이 특정 살인 피의자에게 무려 징역 35년을 살도록 판결한 것은 `역대급` 형량이라 할 만하다. 검찰이 구형한 무기징역보다 낮아지긴 했지만 피의자 물리적 나이를 감안하면 사실상 종신형에 버금가는 중벌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충남 당진의 한 성형의과 의사가 자신의 아내를 살해했다 해서 이 사건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우선 의사가 배우자를 약물을 주사해 살해했다는 게 요령부득으로 여겨졌다. 극악한 범죄로써 얻을 수 있는 `실익`에 눈이 어두웠다고 해도 살을 부딪히며 살고 있는 아내를 표적으로 삼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 사건은 자칫 묻힐 뻔했다. 피해자인 아내가 죽임을 당했음에도, 피의자는 태연히 심정지에 의한 심장마비사로 사람들을 속여 장례까지 치렀기 때문이다. 그후 유족들이 경찰 재수사를 강력 항변하지 않았으면 이 희대의 사건은 종결됐을 수도 있었다. 다시 수사를 개시한 경찰은 피의자를 범인으로 의심할 만한 여러 직·간접 증거물을 확보한 데 사면초가에 절망한 피의자로부터 범행 전모에 대한 자백을 받아내기에 이르렀다.

재판에서 드러난 피의자 행동은 도저히 이해불능이다. 의사 신분을 이용해 자신이 임의로 작성한 처방전을 들고가 약국에서 수면제를 구매한 데이어, 문제의 약물을 자기 병원에서 집으로 가져와 범행을 실행한 것으로 돼 있다. 수면제를 먹여 아내를 잠에 빠지게 한 후 정맥주사로 독성 약물을 주사해 절명케 했다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한 것도 피의자와 관련한 이런 비정상 정황과 양태가 결정적이었다.

배우자를 상대로 한 살인 범죄는 존속 살인죄가 적용돼 가중처벌을 면하기 어렵고, 따라서 이번 선고 형량에 대해 죄질이 불량한 데다 다른 감형의 여지가 없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을 향해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우선해야 할 의사 본분을 망각한 채 자신의 지식을 살인 도구로 활용했다"며 통렬히 꾸짖기도 했는데 일반의 법감정도 그와 다르지 않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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