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연구기관 비정규직 연구원들의 정규직 전환 문제에 해법이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방침이 나온 지 2개월이 지났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확정하지 못해 연구현장의 정규직 전환은 첫 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이에 더해 기존의 정규직 연구원과 비정규직 연구원들의 비정규직 제로화에 대한 입장 차이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출연연의 비정규직 연구원은 전체 연구원 1만 1641명의 23%인 2677명이다. 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 출연연은 생산기술연구원(39%), 식품과학연구원(37.6%), 한의학연구원(36.4%) 등으로 10명 중 3명 이상의 연구원이 비정규직이다.

과기정통부는 당초 지난달 14일 출연연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로 했다가 이를 연기했다. 연구현장의 목소리가 양분된 것이 주된 이유다. 출연연은 정규직을 공개경쟁을 통해 새롭게 뽑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연구원 노조와 비정규직들은 기존 인원들의 정규직 전환을 원하고 있다.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검증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비정규직 연구원들이 능력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비정규직 연구원들은 한시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채용됐기 때문에 그 프로젝트에 맞게 검증절차를 거쳤다"며 "정규직 연구원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연구를 진행하기 때문에 그에 맞는 검증절차가 필요하다. 비정규직 연구원을 일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연구 경쟁력의 저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비정규직 연구원들은 책임 있는 정부의 태도를 요구하며 결격사유가 없는 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비정규직 연구원은 "당초 정부는 결격사유가 있는 이들만 걸러내고 나머지는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 국민과 한 약속인 만큼 반드시 실행돼야 한다"며 "연구 경쟁력의 질적 저하는 일부의 사안을 가지고 모두를 싸잡아 비판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뿐이다. 비정규직 연구원들도 자신이 수행하는 연구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들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자 연구현장은 인력수혈이 되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을 상시적으로 채용해 연구인력을 충당했지만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발표되지 않아 출연연 25곳 의 하반기 비정규직 채용 절차가 모두 멈춘 상태다.

출연연의 한 인사부서 관계자는 "정부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까지 섣불리 비정규직을 채용할 수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연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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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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