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연 개인전

세월
세월
박목월 시인의 시 `나그네`엔 `남도 삼백리`라는 말이 있다. 시인은 시에서 남도(南道)의 정서를 표현했다.

남도는 이를테면 고향의 개념이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할머니의 고향, 엄마의 고향 흔적들을 찾기가 쉽지가 않다. 고향은 자궁이었고 탯줄의 시원(始原)이었다. 어느 순간 우리는 그것을 잊고 살다 보니 고향의 정서, 엄마의 품 역시 낯설어지고 말았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보편적인 정서가 희미해졌고 끝내 시간의 줄에 묶여 하루의 삶을 돌아보기도 버겁다.

대전 미룸갤러리는 남도를 기록해 온 작가 조병연의 개인전을 연다. 조병연 작가는 남도의 산과 바다에서 만난 정서를 수묵으로 작업해 왔다. 고향은 작가 작품의 산실이 되었고, 어린 시절 기억과 그 기억을 바탕으로 고향의 흔적들은 고스란히 작품에 담겼다.

전시는 두 번에 나눠 열린다. 첫 번째 전시회는 오는 20일부터 11월 3일까지 13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두 번째 전시회는 11월 4일부터 19일까지로 12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 작품들은 고향의 사물들로부터 기억이라는 시간을 되돌리고 흔적이라는 옷을 통해 현대인이 놓치고 있는 정서들을 물과 먹으로 복원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희정 미룸갤러리 관장은 "우리는 늘 그곳에 고향이 있고 할머니가, 엄마가 있다고 믿고 있지만 어느 날 고향이 그리워 찾은 그곳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남도 삼백리 길에서 만날 수 있는 정서가 우리가 그 동안 삶이라는 시간 속에서 놓쳤던 것들이 무엇인지 고스란히 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관장은 "전시 작품들을 보며 남도의 정신, 남도가 품은 마음, 남도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첫 전시회에서는 남도로 뻗은 길에서 보이는 많은 사물들과 그것들이 품고 있는 마음들을 화선지에서 볼 수 있다. 어느 어촌마을의 풍경과 함께 어촌의 길에서 만난 과실수에 매달린 가을의 풍성함도 그 중의 모습이다. 그렇게 걷다 보면 해남의 바다와 산을 만나고 땅끝 마을에 도착한다.

두 번째 전시회에서는 남도를 따라 가는 도중에 어느 시골 바닷가에서 세월의 흔적을 갯벌에서 철새들을 통해 찾고 있는 아낙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달마산이 품고 있는 미황사가 어떤 마음인지 알 수도 있다. 그것은 할머니의 손길이고 엄마의 품이었다는 것을 작가의 걸어간 붓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조 작가는 "풀꽃 하나라도 자세히 보다 보면 이치에 맞지 않은 존재는 이 세상에 없다. 돌멩이 하나, 흙 알갱이 하나, 쌀 한 톨, 풀씨 하나가 우리 인간과 같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멋과 맛을 지녔다"며 "밥 해먹는 것, 먹을 것 준비하는 것, 모기·지네들과의 갈등까지, 어릴 적 기억을 접고 도시에서 한 시기를 보낸 나는 모든 게 귀찮고 고통스럽다는 생각뿐이었지만 어느 시간이 지나니까 모두가 의미가 있고 더불어 살아가는 일이라는 것이 참으로 다가왔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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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땅끝마을에서-아래-임하도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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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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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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