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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프리즘] 개꿀! 밥도둑...

2017-10-10기사 편집 2017-10-10 16: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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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 기모띠", "안물안궁", "낄끼빠빠", "뚝배기 깬다", "복붙 절반임", "ㅇㅈ? ㅇㅇㅈ", "ㅇㅇㄴㅇ", "ㅇㄱㄹㅇ?", "ㅃㅂㄱㄹㅇㅍㅌ"...

우연찮게 학생들의 SNS 대화에 끼었다가 접한 단어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곰곰이 생각을 했다. 내 자신이 아직까지는 비교적 젊은이들의 단어에 익숙하다고 자부했었는데,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자의든 타의든 소외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곤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개꿀! 밥도둑"은 "운 좋다, 운이 최고다"란 의미였고, 위에 열거한 단어들의 뜻은 "아~ 기분 좋아.", "안 물어봤고, 안 궁금해.",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 "가만두지 않겠다", "복사 붙여넣기(로 한 것이) 절반이야.", "인정? 응 인정.", "응 아니야.", "이거 레알?(이것 사실이야?)", "반박불가 리얼 팩트(반박이 불가능한 진짜 사실)"라고 하니 40대 후반의 필자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단어들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외관상 정체불명의 단어를 만들고 유통하고 공유하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스마트폰의 급속한 보급과 발달로 1인 1폰 시대가 된 지금 젊은 층에서 문자전송의 속도에 한계를 느끼다 보니 단어를 축약하거나 의미 전달만의 목적으로 자음만으로 구성된 전달용 또는 속기용 단어를 만들었다는 것이 통상적인 해석이다. 또는 1인 방송과 웹툰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단어들이 SNS 상에서 유포되면서 확대됐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언어파괴 현상은 이제 비단 학생들뿐만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에서 서로 알지도 못하고, 알 수도 없는 은어들이 독버섯 퍼져 나가듯 퍼져나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40대 이상의 장년층은 물론 청년층에 속하는 30대들도 무슨 뜻인지 설명을 듣지 않고서는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어법과 단어들이 10대와 20대의 대화에 대거 등장하고 있고, 요즘 들어선 초등학교에서도 국어교육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언어파괴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청소년이나 젊은 층에서의 언어파괴 현상은 최근 들어 급격히 확산돼 세대 간의 의사소통이 단절될 정도이다.

자랑스러운 우리의 자산이고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한글이 어느덧 571돌을 맞았다. 우리 글자 한글의 우수성을 기리기 위해 훈민정음 반포일인 10월 9일 한글날을 2006년부터 5대 국경일로 재지정한 것은 천만 다행인 일이다. 그렇지만 이렇듯 의미 있는 한글날이 하루 휴일쯤으로, 또는 추석연휴의 끝으로나 여겨지는 작금의 현실이 우리들의 가슴을 참 무겁게 한다.

필자는 지난 7-9일까지 세종시에서 개최하는 세종축제에 다녀왔다. 올해 5회째를 맞고 있는 세종축제는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 체험거리를 가지고 세종호수공원 일원에서 열렸다. 그런데 필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니라 '한글·창의 산업전'이었다. 국립세종도서관과 호수 제2주차장 사이에 있는 거리에서 열리고 있었는데 다양한 책들과 어린이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창의적인 도구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뿐이었다. 한글을 주제로 한 '한글·창의 산업전'이라기보다는 책 전시와 판매가 주목적이 아닌가 할 정도였다.

한글과 관련된 콘텐츠의 부족이 가져온 결과였다. 한글 관련 스토리 역시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글이라는 위대한 콘텐츠와 스토리가 어느 한 기획자의 얄팍한 재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그나마 세종축제에서 한글이라는 소재를 다뤄준 것만으로도 위안이 됐지만 축제장을 뒤돌아 나오는 축제꾼에게는 글쎄 오아시스 없는 사막이라고나 할까 왠지 모를 허전함이 몰려왔다. 다음 세종축제에서는 한글과 관련한 콘텐츠와 스토리가 풍성한 '세종한글이야기축제'를 기획해 보는 것은 어떤지 조심스럽게 제안해 본다.

언어는 생물이다.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어느 시대에나 익숙한 말을 비틀거나 줄여 새로운 표현을 만들고 또 이를 향유한다. 그러나 인터넷 매체가 급속히 퍼지면서 언어파괴 양상은 과거와는 비교되지 않는다. 즉각적이고 광범위하다. 서울대 민병곤 교수가 "청소년 언어 순화를 위한 온라인 애플리케이션 개발, 청소년 언어문화 관련 도서 및 영상물 창작, 청소년의 구어 의사소통 역량에 대한 진단도구 개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진단을 내놓은 것처럼 세상을 이롭게 하겠다는 행정수도 세종시에서 한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건강한 한글과 관련한 콘텐츠와 스토리발굴 및 한글 관련 축제를 개발한다면 어떨까? 김수경 우송정보대학 호텔관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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