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 동물학자 이든도 예사 학자가 아니었다. 그도 박사 자리가 기다리고 있는 연구소에서 나와 모험가인 베룬과 함께 동남아의 오지에 들어가고 있었다. 그때까지 실태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던 동남아의 소종류 짐승들의 실태를 조사연구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셀러탄이 원주민 사냥꾼들을 습격했다는 위험지대에 들어간 일행은 자기들을 안내해주었던 원주민 사냥꾼이 없어진 것을 알았다. 거기서 셀러탄의 발자국을 발견하고 겁에 질려 도망가 버린 것 같았다.

그곳은 울창한 정글 안이었다. 사람 허리만큼이나 자란 잡초들이 무성했으며 나무들의 가지들이 철조망처럼 앞을 가리고 있었고 뒤엉킨 나무뿌리들이 사람들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하지."

앞으로 갈 수도 없었고 뒤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일행은 반도로 나뭇가지들을 쳐내면서 주변을 살폈는데 그것도 위험한 짓이었다. 나뭇가지에 감겨 있던 뱀의 대가리가 아가리를 벌리고 덤벼들었다. 물리기만 하면 백발을 가지 못한다는 독사들이었으며 대가리가 잘려도 독액이 분출되고 있었다.

하긴 그곳에도 길 같은 것이 있었다.

코끼리의 무리들이 지나간 곳에 나뭇가지들과 나무 뿌리들이 뚫려 정글 안에 터널 같은 것이 만들어져 있었다.

산림코끼리들이 뚫어 놓은 정글의 고속도로였다. 사람들은 그 터널 같은 길로 갈 수가 있었으나 그것도 위험했다. 정글 안의 길을 이용하는 것은 사람들뿐만이 아니었다. 얼룩덜룩한 물체가 일행의 앞과 뒤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정글의 살육자인 범과 표범들이었다. 그들은 사람들을 원숭이의 일종으로 보고 좋은 사냥감으로 삼고 있었다. 나무에서 내려와 두 다리로 걸어다디는 원숭이니 사냥하기가 아주 쉬웠다.

더 무서운 것들이 있었다. 그 터널 길을 만들어 놓은 코끼리들이었다. 그곳은 코끼리는 소위 산림코끼리였으며 가장 사납고 위험한 녀석들이었다.

일행은 인도의 국경지대에서 코끼리들이 덮친 마을을 봤는데 서른 마리쯤 되는 산림코끼리들이 밤중에 마을을 습격하여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고 있었다. 모두 열두 명의 원주민들이 죽었고 더 많은 사람들이 다쳤다.

그들 산림코끼리들은 동남아 오지의 밀림을 돌아다니면서 닥치는 대로 파괴했다. 녀석들에게는 적도 없었고 먹이도 없었는데도 움직이는 짐승만 보면 밟아 죽였다. 녀석들은 초식동물인데도 다른 동물을 죽였다. 먹지도 않으면서도 죽였다. 살육을 위한 살육이었으며 아무도 녀석들의 살육행위를 막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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