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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우리의 땅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야 할 유전자원

2017-09-28기사 편집 2017-09-28 22: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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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부터 유전자원 복원의 중요성을 인식해 환경부를 중심으로 멸종위기복원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를 계기로 우리의 곁에서 사라졌던 지리산 반달가슴곰, 백두대간의 산양, 화천의 수달, 소백산의 여우 등 우리 민족의 얼과 함께 수천년을 살아 숨쉬었던 멸종위기 동물들이 하나둘씩 우리 곁으로 돌아오고 있다. 최근 '국립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완성을 앞두고 있어서 우리나라의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은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우리의 고유한 민족정서와 조상들의 삶 속에 녹아 있던 애환까지 복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제강점기 이후 사라진 우리의 백두산 호랑이, 곰, 여우, 늑대, 표범 등은 1915년부터 조선총독부가 '해수구제사업(害獸驅除事業)'을 통해 맹수로부터 사람을 보호한다는 명분아래 우리 산하의 야생동물을 무차별하게 사냥하고 도살해 그 종을 멸종 시켰고, 결국 민족정기마저도 빼앗는 결과를 낳았다. 이 기간동안 표범은 약 500여마리가 희생됐고, 광복 후에는 남한에서만 서식하다가 1970년대 가야산에서 마지막 목격이 된 후 그 명맥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 외에도 곰은 1000여두, 늑대는 3000여두, 여우는 1500여두와 삽살개는 매년 수십만 마리를 사살해 모피나 군수용품으로 사용했다. 지난해 스크린을 뜨겁게 달구었던 영화 '대호'에서 조선의 마지막 백두산 호랑이 사냥장면은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이처럼 일제에 의해 절멸된 우리땅의 토종동물은 단순히 멸종에 그친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삶과 애환마저도 함께 빼앗긴 잔혹사를 우리 가슴에 안기게 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일제의 고유자원 멸절정책에도 큰 저항을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더 큰 오류를 범해 안타까운 진실을 간직하게 됐다. 한국전쟁 이후 경제성장과 더불어 먹거리 해소정책을 명분으로 우리의 고유한 유전자원을 상당부분 스스로 훼손시키는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몇 몇 위정자들에 의해 펼쳐진 육고기 증산정책은 외국의 유전자원을 우리의 것과 교잡종을 만들어 오로지 육류 생산량만 늘려보겠다는 말도 안되는 제안을 도입했다. 이렇게 한우는 외국종과 교잡돼 다시 한우 고유의 유전자원을 복원하는데 너무 오랜 세월을 허비했고, 토종닭은 그 원종을 찾기 힘들 정도로 유전자원이 뒤섞여 버렸다. 다행히도 몇몇 토종동물 지킴이를 통해 원종을 복원했고, 천연기념물로 지정 받아 국가의 보호를 받는 동물로 거듭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축양동물은 소(제주 흑우), 돼지(제주 흑돼지), 말(제주마), 닭(연산 오계) 각 1종, 그리고 개가 3종(진돗개, 삽살개, 동경이)으로 지정돼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고유품종인 흑염소나 지리산 흑돼지 등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지 못하고 있어서, 이들의 피 속에는 우리의 우매함으로 인해 외래 유전자원이 아직도 완전히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파주농장의 재래닭 지킴이 노부부가 50년전 재래닭을 수집해 육종과 번식을 통해, 훌륭하게 복원시킨 재래닭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달라는 민원을 문화재청에 요청했지만 요건의 미비로 지정이 연기됐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나라의 재래가축 유전자원 확보와 보존에 대한 개념이 아직까지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하는 한 사례다. 이들 노부부는 이제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소중한 재래종을 지키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비록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 어려운 재래가축 일지라도 그 종의 유전자원이 보존될 수 있도록 정부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유전자원은 종자, 천연물 신약, 산업소재 등 국가의 미래성장동력으로서 중요한 경제가치를 지니며, 생태계 유지로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기본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생태가치를 지닌다. 또한 다양한 생물종으로 구성된 자연환경이 음식, 생활습관, 종교 등에 영향을 미쳐 민족성을 형성하고 유지하게 하는 문화가치를 지니며, 다양한 생물자원을 통한 새로운 문명의 탄생으로 사회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사회가치도 지닌다. 우리나라도 이처럼 치열해지는 유전자원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전자원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확대해야 나가야 하며, 유전자원의 경제적가치 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생태, 정치적가치 등을 포함한 국가유전자원관리 전략에 대한 조속한 논의가 필요하며 향후 이 분야에 대한 잠재적 가치의 발굴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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