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제69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전시작전권 조기 환수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전시작전권을 가져야 북한이 우릴 더 두려워하고 국민은 군을 더 신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처럼 주권국가라면 전작권을 보유하는 것은 당연하다. 6·25 때 미국에 넘어간 전작권은 노무현 대통령이 환수를 천명한 이래 여러 차례 협상을 통해 환수시점을 정하기도 했으나 2014년 10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서 양국 국방장관은 전환 시기를 사실상 무기 연기했다. 한반도 안보상황이 개선되고 한국군의 대북 억지력이 강화됐을 때 재론키로 한 것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북의 연이은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안보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현 시점에서 전작권 환수 문제를 끄집어냈다. 독자적인 방위력 확보를 전제로 한 것이지만 작금의 안보 여건을 감안하고 내린 결론인지 의구심이 생긴다. 북은 이미 한·미·일의 견제와 UN 등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도 6차 핵실험을 통해 실질적인 핵보유국의 반열에 오르고 핵탄두를 실어 나를 탄도미사일 발사도 성공한 바 있다. 우리가 아무리 재래식 무기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해도 이런 비대칭전력의 열세를 만회할 길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선택의 폭을 좁게 만든다. 현실적으로 북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 뻔한 작금의 상황에서 핵심은 대북 억지력이지 전작권 조기 환수가 아니다.

미국의 전작권 행사는 한미동맹과 더불어 북의 도발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음을 부인키 어렵다. 세계 10위권에 육박하는 경제력을 지닌 나라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권한을 남의 손에 맡긴 것이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보수야당을 중심으로 실현 불가능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나 자체 핵무장론까지 주장하는 마당에 전작권까지 조기 환수해서 얻을 이익을 별로 없을 것 같다. 모든 일엔 때가 있다. 지금은 북핵 억제를 위한 국제사회 공조나 한미동맹 강화 등을 통해 대처할 시점이지 전작권 환수 논란을 빚을 때가 아니다. 전작권 환수 논의는 북핵 광풍이 가라앉은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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