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도시재생] ⑨ 대전 역사 3대 하천 따라 흐른다

대전 원도심의 상징이자 추억과 역사를 간직한 목척교 아래로 대전천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신호철 기자
대전 원도심의 상징이자 추억과 역사를 간직한 목척교 아래로 대전천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신호철 기자
생명수라는 말처럼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선사시대부터 가장 인류의 삶을 위협한 환경요소는 물이다. 인간은 물에 대한 갈망이 DNA에 새겨져 있다.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마실 물이 가까이 있다는 안도감 때문이다. 하천, 즉 강이나 개울은 식량을 제공해주는 공간이기도 해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 고대인들이 삶의 터전으로 삼고 문명을 발달시킨 곳은 모두 수변공간이다. 인류 4대 문명이 커다란 강을 끼고 발생했고 우리 역사 속에 나타나는 부족국가들도 하나같이 하천을 끼고 태동, 발전했다. 대전이라는 도시 역시 물에서 시작됐다.

◇대전 키워낸 젖줄 3대 하천 = 대전은 물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개의 국가하천, 26개의 지방하천, 83개의 소하천이 있다. 물길의 총 길이는 347.3㎞에 이른다. 유등천과 갑천, 대전천, 세 갈래 하천이 도시를 관통해 흐르면서 어우러진다. 근대에 들어서면서 3대 하천 중 대전천은 대전의 중심이 됐다. 정부의 1기 신도시 계획 때 정부대전청사 조성과 둔산지구 개발이 추진되면서 대전 시가는 차츰 대전천 너머 서쪽 유등천과 갑천으로 뻗어나갔다. 대전 역사가 3대 하천을 따라 흘러온 셈이다.

금산군 대둔산(大屯山) 북동 기슭에서 발원하는 금강의 제1지류인 갑천은 논산시와 대전시를 북류해 금강으로 흘러든다. 갑천은 한밭을 가로지르는 3개의 천 가운데 가장 물이 많다. 유로연장은 73.7㎞이며, 유역면적은 648.87㎢나 된다. 대전시민의 주요 휴식공간인 갑천은 주변의 엑스포과학공원과 한밭수목원, 문화예술의전당·시립미술관·청소년수련원 등이 있다. 둔산 선사시대 유적은 학생들의 역사 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

충남 금산군과 대전시에 흐르는 유등천(柳等川)은 강으로 예로부터 냇가에 늘어진 버드나무가 많아서 `버드내`라고 불렀다. 중구 침산동의 경계지점을 지나 서구 삼천동에서 갑천으로 흘러든다. 예전의 안영유원지 일대에 뿌리공원과 장수마을이 들어서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유등천 복수교에서 둔산대교까지 9㎞ 구간은 시민들의 산책로로 활용되고 있다.

대전천은 유일하게 대전에서 발원하는 하천이다. 충남 금산군과 경계를 이루는 대전시 동구 하소동 만인산과 비파산 계곡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보문산과 식장산의 물을 모아 20여㎞를 달려 유등천과 합쳐진다. `둔산시대`가 열리기 전까지는 대전천이 대전의 중심이었다. 갑천, 유등천과 함께 대전의 3대 하천으로서 도심을 흐르며 시민들에게 아름답고 정겨운 도심분위기를 연출했다. 나이 지긋한 어른들은 대전천과 목척교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갖고 있다. 대전천 유역은 총 138.45㎢ 중 동구 83%, 중구 14%, 대덕구 3%를 차지한다. 원도심을 관통하는 셈이다.

산업화를 겪으면서 대전을 키워낸 젖줄 3대 하천은 병들어 갔다. 급격한 인구증가, 물자의 생산, 그리고 소비과정에서 일어나는 자원의 낭비와 그 결과 파생되는 각종 오염물질이 3대 하천으로 흘러들었다. `개발`에만 초점을 둔 도시정책은 결국 중앙데파트와 홍명상가라는 바벨탑을 만들어냈다. 1971년 박정희 후보와 김대중 후보가 맞선 대통령 선거에서 대전시는 대전천 복개를 선거공약으로 제시했다. 중앙데파트와 홍명상가가 하천을 뒤덮었고 반짝이는 불빛 아래 대전천은 어둠 속에 묻히게 됐다.

◇하천재생이 곧 도시재생 = 하천은 자연생태적 측면에서 하천은 동식물의 서식처 및 이동통로 제공, 수질 및 대기 정화작용, 물질의 소비지, 공급지, 전환자, 그린 네트워크의 근간으로서 기능을 한다. 하천의 재생이 곧 도시재생인 셈이다.

2008년 10월 8일. 중앙데파트 건물을 철거하기 위한 발파행사가 열렸다. 대전의 젖줄 3대 하천 재생의 신호탄이었다. 이듬해인 2009년 9월9일을 마지막으로 홍명상가 건물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대전의 뿌리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추억과 역사가 서려있는 목척교가 다시 부활했다.

중앙데파트 및 홍명상가 건물은 하부에 많은 교각(461개)이 설치돼 있어 집중호우시 유수장애 등 재난의 위험이 항상 상존하고 있었다. 시민들은 하천의 자연생태학적 기능에 눈을 돌려 인간과 자연이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하천 가꾸기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물고기를 살고 새가 날아드는 정감어린 자연 속의 생태하천으로 복원되기를 갈망하는 시민들의 바람은 목척교 주변 정비·복원사업으로 현실이 됐다.

목척교는 나무줄기 세포를 형상화한 조형물은 중앙로인 도청과 대전역 사이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동구와 중구를 연결하는 은행교는 보행자 전용다리로 양측에는 이벤트광장을 만들어 문화공간으로 활용토록 해 보행자 동선을 중심으로 으능정이와 중앙시장, 지하상가 등 주변 상권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실개천과 산책로를 조성해 여가와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했고 어둡던 복개구조물 하부는 햇빛이 스며드는 생태하천으로 복원돼 어류와 조류의 서식처가 되고 있다.

대전시는 2006년 10월 대전천· 유등천·갑천 생태복원 조성 기본설계를 완료했다. 여울, 생물서식처, 어도를 조성해 콘크리트호안, 복개 등으로 파괴된 생태계를 복원하고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친수지구로 만드는 사업이다. 갑천 누리길, 유등천 버드내길, 대전천 나들길 등 하천길이 열렸고 산책로 82㎞, 자전거로 65㎞가 3대 하천을 따라 흐른다. 7만여㎡ 꽃단지와 2만여㎡ 꽃길도 조성됐다. 수질도 깨끗해졌다. 1992년 40.4㎎/ℓ에 이르던 대전천 BOD 수치는 2016년 1.3㎎/ℓ까지 낮아졌다.

최근 대전천 일대의 도시재생 사업인 중앙로 프로젝트 중단기 마중물사업이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특별위원회 최종 심의에 통과돼 본격 궤도에 진입했다. 목척교 하부의 단절된 지상·지하구간을 연결해 상권을 강화하는 연계 방안을 마련한다. 전시, 공연, 휴게공간, 청년창업, 아트공방 등이 시너지를 일으켜 원도심 르네상스의 상징이 될 전망이다.

하천은 오랜 세월동안 인간의 삶과 문화의 중심에 있었고, 환경적·생태적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 자연자원이다. 대전시가 미래 생태환경도시로서 거듭나기 위해서는 천혜의 자원인 3대 하천을 시민들이 친근하게 머물 수 있는 자연공간으로 잘 보전하고 가꾸어 나가야 한다. 이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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