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 사람을 품고 흐른다.

수천년 전부터 물이 흐르는 곳에 부락이 생기며 도시가 발전했고, 지금도 사람들은 강을 `젖줄`이라 말한다.

몸속에 각인된 과거의 기억 때문일까. 일상생활에 피로를 느끼고, 일에 치인 사람들은 강으로 향해 마음속 울화를 쏟아내곤 한다.

대전의 젖줄인 갑천, 이중 한밭수목원 북쪽 천변은 시민들이 끊이지 않고 몰려든다.

자전거를 타며 바람을 즐기는 사람부터 사박사박 산책하며 사색을 즐기는 이, 갓난아이와 함께 나온 부부, 돗자리를 편 채 휴식을 즐기는 연인까지 갑천은 모두를 받아들인다.

밤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추분(秋分)이 지나고, 코끝에 서늘한 가을바람이 지나자 저녁 무렵 이곳을 찾으면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엑스포남문광장을 지나 엑스포다리 왼편에 자리한 대전 공공바베큐장에는 대학생부터 가족까지 강바람을 맞으며 저녁을 먹기 위해 몰린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릴부터 식사자리까지 마련된 이곳은 고기와 먹거리만 챙겨가면 `가든`에서 먹는 한상 부럽지 않게 저녁을 보낼 수 있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갑천에 꽃이 핀다.

DCC(대전컨벤션센터) 앞에 위치한 갑천 수변문화원에는 코스모스가 유성구청 앞 유림공원에는 국화가 만개해 지친 이들의 마음을 달래준다.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싶다면 수상공원도 좋은 답이 될 수 있다.

둔산대교 밑에 위치한 엑스포수상공원은 무료로 시민에게 개방돼 카약, 카누, 페달보트, 래프팅, 용선(드래곤보트) 등을 즐길 수 있다.

가을 밤, 하천을 타고 걷다보면 한빛탑 아래 물줄기가 하늘로 솟는다.

엑스포 한빛광장 아래 음악분수는 저녁 무렵이면 형형색색 무지갯빛 물줄기와 음악이 흘러나오고 시민들은 피리부는 사나이에 홀린 듯 이곳에 모여든다.

먹고, 마시고, 쉬고, 즐기고 갑천은 우리에게 아낌없이 베푼다.

갑천을 걷다 나오는 국립중앙과학관 옆 탄동천과 유성구청을 사이에 끼고 갈라지는 유성천은 아기자기한 맛에 산책하기 좋다,

대화대교를 경계로 갑천과 나뉘어진 유등천도 곳곳에 운동시설과 산책로, 자전거길을 마련해 사람들을 품는다.

깊어지는 밤, 직장과 집을 벗어나 강을 찾아 바람을 느끼며 하루를 정리하면 다음날 아침 새로운 활력이 몸안을 감도는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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