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집재원들 비상근무

26일 오전 대전 서구 둔산우체국 택배물류 승하차장에서 직원이 트럭에 추석선물 소포를 싣고 있다. 조수연 수습기자
26일 오전 대전 서구 둔산우체국 택배물류 승하차장에서 직원이 트럭에 추석선물 소포를 싣고 있다. 조수연 수습기자
26일 오전 8시 대전 서구 둔산우체국 택배물류 하차장. 집배원들이 `전쟁`이라고 부르는 추석연휴를 앞둔 우체국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트럭에 실을 철제망에 켜켜이 쌓인 택배물들 사이로는 사과·배·김 등의 소포물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 9월 28일부터 시행된 청탁금지법의 영향으로 갈비·인삼 선물세트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둔산우체국에 접수 된 택배물은 평소 접수량의 2배 이상인 1만 5000건. 창구에서 접수받은 물품 외에도 농·축·수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우체국 운영 온라인쇼핑몰 주문량까지 모두 소화해야 한다.

서구 둔산동에는 기관과 아파트가 밀집돼 있어 다른 곳보다 택배량이 훨씬 많다.

건물 안에서 접수 업무를 보는 내근직원들도 이날만은 `멀티맨`으로 변해 2주간 비상근무에 돌입한다.

긴 연휴를 앞두고 살인적인 근무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집배원들은 비장한 표정으로 일사불란하게 물건을 나르기 시작했다. 내근직원들도 작업복을 챙겨 입고 산더미같이 쌓인 택배상자 앞에 모여들었다.

지원팀 내근직 조신우(30·여) 씨는 "내근직 접수업무도 바쁘지만 평소보다 일찍 현장에 나와 물품 분류작업을 도왔다"며 "명절 시즌에는 택배물의 부피도 훨씬 커져서 기사들이 어려움을 겪는다. 서로 도와야 잘 지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둔산우체국은 현재 이륜차 125대·택배차량 10대 총 135대의 소포차량를 운영하고 있지만, 살인적인 택배물량을 감당하기엔 턱도 없다. 2주 전부터 트럭 8대를 빌려 투입했다. 택배물품을 쌓아올린 철제망을 용달차에 실어 아파트 단지 중간에 물량을 내리면, 담당 집배원이 이륜차로 실어가는 방식이다.

한편 이번 역대 최장기간 추석연휴 10일을 앞두고 우체국 택배원들의 걱정은 커지고 있다. 우편배달 업무를 담당하는 집배원들까지 모두 택배업무에 동참해야 하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1시간 이상 일찍 출근하고, 2시간 이상 늦게 퇴근하는 날들이 이어져 피로누적으로 인한 사고 위험에 노출된 채로 담당물량을 모두 배달해야 하는 실정이다.

집배대책위는 집배원 과로사가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근로기준법을 지적한다. 해당 법 조항에 따르면 물품판매업·운수업·물품판매업·영화제작업 등을 `근로시간 특례업종`으로 구분해 노사가 합의하면 합법적으로 근로시간을 무제한 연장할 수 있다.

김범경 집배원 총괄과장은 "추석연휴가 되면 사무실에 앉아있을 수 없다"며 "임차차량을 동원을 통해 직원들의 체력관리에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조수연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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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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