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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프리즘] 밤하늘에 별이 없는 도시

2017-09-26 기사
편집 2017-09-26 15:4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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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은 것은 빛이요, 잃은 것은 별이다." 토마스 에디슨이 1879년 백열전구를 발명한 이후 인류는 한밤중에도 낮처럼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늘어난 인공 불빛으로 인해 밤하늘이 밝아지면서 어릴 적 우리의 머리 위를 뒤덮었던 수많은 별들을 이제 도시에서는 더 이상 보기 어려워졌다. '별보기 여행', '오로라 투어'가 인기 있는 관광 상품이 되었을 정도로 별이 쏟아지는 캄캄한 밤하늘은 이제 애써 찾아가야만 볼 수 있는 귀하고도 특별한 대상이 되고 말았다.

밤에도 낮처럼 밝은 상태가 유지되면 밤하늘의 별만 못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체리듬을 교란시키고 자연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범람하는 인공조명으로 인해 밤에도 밝은 상태가 유지되는 현상을 빛공해(light pollution)라고 부른다. 빛공해에 노출되면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가 억제되어 면역력이 저하되고 유방암 발생률이 높아지는 등 인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심의 밝은 빛으로 인해 매미는 밤낮으로 울어대고, 매년 수억 마리의 철새들이 밝은 불빛에 시야가 가려 건물에 충돌해 죽고 있으며, 야간의 빛에 노출된 식물은 그렇지 않은 환경의 식물과 비교해 훨씬 적은 양의 과실을 맺는다. 낮처럼 밝은 밤이 만들어 내는 셀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부작용들로 인해 빛공해 문제는 이제 전 세계적으로 해결해야 할 새로운 환경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의 발표에 의하면, 세계 인구 3분의 1 이상이 밤하늘의 은하수를 볼 수 없는 곳에서 살고 있으며 지구면적의 23%가 빛공해로 오염되어 있다. 오염이 가장 적은 나라는 캐나다·호주로 국토의 3% 미만 지역만이 빛공해에 노출되어 있으며, 우리나라는 빛공해 지역이 국토의 89.4%를 차지해 싱가포르, 이탈리아에 이어 '빛공해에 가장 많이 노출된 국가'로 분류되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가장 인상적인 것이 '화려한 밤거리 문화'라고 할 정도로 우리의 도시들은 밤 12시를 넘어 새벽까지도 현란한 조명들이 밤거리와 밤하늘로 강렬한 빛을 뿜어내고 있다. 빛공해가 가장 심한 곳은 서울 강남역 부근으로 기준 밝기보다 무려 270배 더 밝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 다른 도시의 상업지역 현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상업지역의 불필요한 간판조명을 소등할 경우 빛공해 완화 효과는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연간 약 6800만㎾의 전력절감이 가능하다. 빛공해를 방지한다고 해서 무작정 빛을 줄이자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양의 조명은 충분히 제공하되 조명이 필요 없는 곳까지 빛이 확산되는 것을 막고 운용시간을 제한하는 등의 기술적인 방안을 마련하여 관리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세계 각국은 빛공해 해결을 위하여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기업을 중심으로 오후 8시 이후 사무실 빌딩의 창문을 가려 외부로 나가는 빛을 줄이거나, 최소한의 실내 조명만 남기고 소등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새벽 1시부터 7시 사이에 상점들의 조명 사용을 일체 금지하고 근무자가 퇴근한 사무실은 한 시간이내로 소등시켜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빛공해 완화와 함께 조명에 사용되는 전기를 절약하여 연간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효과도 얻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72년 이후 100개가 넘는 도시에서 빛공해 관련 법규와 조례를 제정하였으며, 영국, 일본, 이탈리아 등의 국가에서도 빛공해 관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2년에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을 제정하였으며 이후 지자체별로 빛공해 관련 조례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대전광역시는 2014년에 빛공해 방지 조례를 제정하였으며, 2016년 빛공해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여 빛 공해 관리를 위한 기본체계를 구축한 바 있다.

"어두운 밤하늘을 되찾자"는 주장이 공감을 얻으며 빛공해를 줄이려는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태어난 이후 은하수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세대에게 '밤하늘에 별이 있는 도시'를 다시 돌려주는 날이 그리 멀지 않기를 소망해 본다. 이진숙 충남대 공과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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