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으로 국민소득과 문화수준이 크게 향상 됐고 생활의 질적 변화를 가져왔으며 자동차 소유가 보편화된 시대에 살고 있다. 1903년 고종어차가 처음 도입된 이래 자동차 등록 대수는 2200만 대를 상회하고 있으며, 전국 모든 가정에서 1대 이상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

외형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이미 자동차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것 같지만 도로 위 교통질서나 운전예절, 주차문화 등 전반적인 자동차 문화는 여전히 후진국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해마다 교통사고 발생률이나 교통 혼잡은 물론, 불법주차 문제 역시 심화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마크로 밀엠 브레인에 따르면 `주차문제 관련 인식 조사` 결과 응답자의 61.8%가 평소 주차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많다고 답했다. 남성보다는 여성, 그리고 젊은 세대의 스트레스가 보다 높은 편이었다. 주차 문제 원인으로는 주차장 부족이 가장 많았다. 응답자의 77.7%는 불법 주차 경험이 있는데 불법 주차의 가장 큰 이유가 주변에 주차할 곳이 없거나, 마땅히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서였다.

자동차 보유대수는 나날이 증가하는 반면, 이를 수용 할 만한 절대적인 주차 공간이 부족한 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다. 게다가 주차요금이 비싸다 보니 웬만해서는 유료 주차장 이용을 피하려고 한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불법 주차에 관대한 편이라 이런 상황에서 많은 운전자들이 불법 주차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불법 주차 적발 시 차량에 바퀴 자물쇠로 잠금장치를 채우거나 견인해 간다. 이때 잠금 장치가 채워진 차는 75달러(약 8만 4000원), 견인된 차는 150달러(약 16만 8000원)를 내야 다시 돌려 받을 수 있으며, 또한 관련 법 조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법원으로부터 최대 2000달러까지 추가 과태료가 부과 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주·정차 금지 장소에 차를 주차할 경우 경우 대형차 1만 5000엔(약 16만 6000원), 일반 차량 1만 2000엔(약 13만 3000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한 프랑스는 불법 주·정차 벌금이 최고 1500유로(약 189만 원)에 달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무단주차 과태료가 21년 동안 4만 원에 묶여 있는 등 제도가 미비해 불법 주차를 근절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많다.

구청 주차 단속직원은 "요즘 물가를 고려하면 4만 원도 낮은 수준인데, 자진 납부 시 불법 주차 과태료는 3만 2000원으로 경감된다" 며 "서울 도심 주차비가 1시간에 6000원 정도인데 4-5시간 주차비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일단 불법 주차한 뒤 단속에 걸리면 `재수가 없었다`고 치부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므로 불법 주차 단속을 강화해도 줄지 않는 이유인 것 같다.

불법주차는 다른 사안에 비해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라는 인식이 커 다소 소홀히 다뤄지는 경향이 있다. 최근 들어서는 주차문제의 심각성을 재인식하고 있으나, 단시일 내에 주차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시간과 비용 문제가 발생하고 적극적인 주민들의 참여가 부족해 단편적 시책만이 추진되고 있어 만족할 만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도심의 심각한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대중교통 이용 장려와 주차장법 및 주차관련 조례 개정을 통해 건축물 부설 주차장의 설치기준을 강화하고, 기존 주차시설 부족지역에 대해서는 공동주차장을 설치해 주차장 증설을 하는 등 과거보다 적극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단순한 법령의 정비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주차문제 개선의지에 따라 정책의 실효성을 결정하고, 종합적인 주차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불법 주차 차량이 많은 것이 주차 공간이 충분하지 않아 생기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없이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 볼 수 있다. 우리는 도로 위 교통안전문화 만큼이나 성숙한 주차문화 정착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그리고 운전자가 주위에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인간이 살아가는 성숙된 주차문화가 정착된 시민의식으로 세상이 좀 더 살맛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김명수 한밭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대한교통학회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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