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탈원전 선언으로 찬반 여론이 뜨겁다. 석탄·원자력발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에너지 생산에 대한 패러다임이 획기적으로 변화될 것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에너지 정책에 대한 여러 의견을 듣기 위해 공론화위원회를 결성하고 10월 권고안을 받기로 예정해놓은 상태다. 시민의견을 수렴하여, 향후 신고리 6·7호기 중단에 대한 결정을 내린다고 하니 일단 과정을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일단 탈원전 선언으로 이미 고리 1호가 영구 중단되었고, 신규 원전이나 원전 수출에 대한 계획도 매우 불투명해졌다. 지난 40년간 우리나라가 이루어 온 원자력 연구와 개발 성과에 비추어보면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제성과 효율성을 바탕으로 집중 건설되어온 원자력 발전소는 우리 경제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세계는 차세대 에너지 개발을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의 교훈을 바탕으로 원자력 의존도를 낮추고 재생에너지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며, 안전하고 지속적인 에너지원을 개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친환경적인 에너지가 비록 저효율 단계에 있지만 기술의 발전속도를 고려하면 후세대에게는 핵발전이 아닌 청정자연 발전원을 남겨주어야 한다는 신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에너지 정책이 선의에 의한 것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이렇게 신에너지 생산을 위해서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일단 기존의 발전소 매몰 비용이 천문학적이다. 2조 원에 달하는 기존 발전소의 매몰 비용은 물론 국내 원자력 산업의 위축과 일자리 감소 등의 후폭풍도 거셀 것이라는 우려다. 신재생에너지의 발전이 향후 투자 대비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지도 미지수다. 수력이나 천연가스, 태양광 등이 우리나라 전기소비량을 충족시킬 만큼 용량을 갖지 못할 뿐만 아니라 건설 비용 대비 전기 생산비율이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더욱이 원자력관련 축적되어온 대한민국의 기술력이 탈원전으로 무용지물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가장 큰 고민인 것 같다. 우리 원자력 기술을 수출하는 시점에서 탈원전 정책이 큰 타격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걱정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이러한 여러 문제들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하고, 관련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합리적인 정책 대안을 내놓아야 할 시점에 있다. 특별한 대안이 없이 무조건 탈원전을 고집하는 것은 전력 대란에 대한 불안감만 증가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원전을 축소하는 것과는 달리 기술 발전에 대한 연구와 실험에 대한 지원은 계속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절실하다.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탈원전이 지금 이 시점에 분명히 선언되어야 하는 이유는 원전이 새로 더 건설되는 것을 막고 미래 100년을 내다보는 청정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골드타임이 바로 지금이기 때문이다. 원전이 폐쇄되는 데에도 오랜 세월이 소요되며, 새로운 에너지를 개발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 세대에서만 풍부한 에너지가 아니라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미래 천년의 역사를 이어갈 수 있다는 철학과 메시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사실 모든 원전을 중단시키자는 게 아니고, 장기간의 계획으로 원전 의존도를 줄여나가자는 게 골자다. 특히 신규 원전 개발을 중지하고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만 사용하자는 것이니, 신한울 2호기가 2079년 가동 정지되는 것이 그 종료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원전을 폐쇄하자는 것이 아니므로 우리에게 원전은 당분간 주요한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

당장 현실적인 비용만을 따지고 보면 원자력 발전은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그럼에도 석탄과 원자력 같은 에너지를 탈피하고자 하는 데는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이 명백한 이유가 있다. 지구와 인류를 위협하는 오염원이며 위험원이기 때문인 것이다. 더욱이 핵폐기물의 축적은 지구의 운명을 위태롭게 만드는 지경이다. 따라서 우리가 현 시점에서 논의해야 할 바는 어떠한 일정과 대안을 가지고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만들어가느냐이지 탈원전 자체에 대한 반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 정부는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고 공론화된 정책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앞으로 정부와 국민은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생산하여 지속가능한 전력 수급이 가능하도록, 에너지 개발의 방향을 공유하고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최혜진 목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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