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것들`은 이자벨 위페르 주연의 프랑스 영화다. 주인공 나탈리는 철학교사로서 평범한 삶을 살지만 어느 날 엄마의 죽음과 대면하고 남편도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난다. 믿고 있던 자신의 제자는 부르주아적인 나탈리의 행동을 비난하고 학생들의 교과서로 쓰이던 자신의 철학총서는 재판이 불가하다는 출판사의 통보를 받는다.

이 영화는 주인공 나탈리에게서 떠나가버리는 것들을 다루었지만 제목은 `다가오는 것들`(Things to come, 2016)이다. 무엇이 다가올까. 아픔과 번민의 시간, 외로움과 고독, 진정한 성숙의 과정을 통해 보여지는 인간적인 모습들, 패배감, 열등감, 흰머리, 쭈그러진 피부 등….

철저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받아줄 수 있다. 어른이니까. 아이들에게 다가오는 것들은 훨씬 풍성하다. 시간은 말할 것도 없고 미래와 미래, 미래뿐이다.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벅찬 감동이 다가온다. 그들의 미래를 막지만 않는다면 얼마나 찬란할 것인가. 누가 막고 있는가.

다가오는 것들을 그대로 둔다면 지금 당장은 아주 잠깐 동안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 혼란의 시간을 내버려 두지 못하는 어른의 이기심 때문에 아이들은 현재와 멀어지고 동심과 동떨어진다. 질티보의 동화 `빨간 얼굴 질루와 부끄럼쟁이 물고기`에서는 아주 부끄럼이 많은 주인공 질루가 자신을 투사시킨 빨간 물고기를 부끄럼쟁이라고 단정짓는다. 질루 자신도 부끄럼이 많기 때문에 물고기에게 자신이 받고 싶어하는 배려의 온갖 것들을 쏟아 붓는다. 자전거를 태워주고 학교에 데려가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질루의 부끄러움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질루가 물고기를 배려한답시고 물고기에게 저녁까지 학원 뺑뺑이를 돌린다거나 억지로 글쓰기를 시킨다거나 수학공식을 외우게 하고 영어단어 시험을 매일 치르게 한다면 어떨까. 물의 기운을 느끼며 유영해야 하고 그 속에서 자유를 느끼는 물고기의 입장은 암담하기 이를 데가 없다. 이 동화는 질루가 학교에 적응을 잘 하게 되면서 물고기는 제자리에 내버려지고 자유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다가와야 할 것들은 다가올 수 있도록 두자. 아이들은 놀거리만 있으면 행복하다. 그것이 책이면 좋겠지만 동심은 수학공식이 아니다. 그래서 답이 없다. 답이 없으니 기준도 없다. 기준이 없으니 답이 없는 건지 모른다. 본인이 세우는 것이 기준이 된다. 24일 다윤이와 은화가 3년 5개월만에 이별식을 치렀다. 나에게 다가오는 것들을 가만히 되새겨본다. 그들이 기준이다. 유하정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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