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익은 벼 수확 어려워
가뭄, 폭염, 늦장마에 우박까지 겹치며 추석 수확의 기쁨이 `옛 말`이 됐기 때문이다.
올해 계속된 이상 기후로 인한 농민들의 시름은 충청권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추석 연휴를 한 주 앞 둔 24일 충남지역 대표적 쌀 생산지인 천수만 간척지 A·B지구에선 수확을 기다리는 `황금 물결`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여름 극심한 가뭄과 폭우로 인한 일조량 부족 등을 겪으며 식물 생장의 `시계`가 멈춰, 논에는 겨우 이삭을 내민 벼가 푸릇푸릇한 모습 그대로 있었다. 특히 천수만은 올 여름 장마 시작전까지 계속됐던 극심한 가뭄으로 농작물이 `염해`까지 입어 재이앙 했던 농민도 다반수여서, 가을 `고개 숙이지 않은 벼`를 보는 마음이 씁쓸하기만 한 상황이다.
태안군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정모(56)씨는 "간척지 인근 농지는 염해 때문에 모내기를 다시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날씨가 좋아 그나마 잘 자라면 좋을텐데, 평년보다 작황이 너무 안 좋게 나올까봐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상 기후는 과수농사를 짓는 농민의 얼굴에도 그늘을 드리웠다. 생육 중기 고추의 탄저병과 생강의 뿌리썩음병이 확산됨에 따라 작황이 지난해보다 부진해진 것. 특히 충북 일부 농가는 껍질이 얇아진 사과의 과실이 터지면서 갈라지는 `열과(裂果) 현상`까지 발생하며 상품성이 곤두박질 쳤다. 열과는 수확기 사과 껍질이 얇아진 상태에서 뿌리를 통해 수분이 과다하게 흡수되면 생기는 것으로, 상품성이 좋은 사과에서 주로 발생해 농민들의 애간장을 태운다.
최근 내린 충북지역에 내린 국지성 우박 역시 농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겼다. 채 몇분에 불과한 짧은 시간에 내린 우박이 수백일 공들여 온 농작물에 쏟아지며 상품성을 떨어뜨렸다. 사과·배 등이 으깨지거나 땅에 떨어져 내다 팔 수 없게 되고, 벼도 익지 않은 채 고개를 숙여 수확이 어려운 상황이 된 것. 우박이 농산물 유통이 많은 추석 대목을 꿈꾸던 농민들에게 `날벼락`이 된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행정당국은 대책을 추진했지만, 수확량 감소 등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입장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올해 극심한 가뭄 피해를 막기 위해 농업용 관정 716공 개발과 하상 굴착 496개소, 가물막이 102개소, 간이양수장 134개소 설치 등을 추진했다. 이와 함께 항구적 가뭄 대책도 마련하며 가뭄 재해에 대비하고 있다"며 "극심한 가뭄에 늦장마까지 겹쳐 농작물의 수확량이 지난해보다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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