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부의 `탈 원전` 기조가 국내 원전운영에 어려움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해외수출의 길도 실질적으로 막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탈 원전이란 말이 국민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로 부각되고 있음을 안 것인지 최근 정부는 탈 원전을 `에너지전환`이라 변경하여 사용하고 있다.

해외수출의 어려움에 대하여는 바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전 2기의 입찰공고가 임박한 것과 관련된 내용을 예로 들 수 있다. 어느 매스컴에 `한국 원전 특허권 미국 소유, 미국 승인 없인 수출 불가능`이란 제하의 글과 함께 수출이 사실상 어렵다는 내용이 22일자에 올랐다. 누군가 이해부족에서 온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기술자립을 위해 500여 명의 기술자와 함께 미국에 3년간 파견되어 기술자립을 이끈 한 과학기술자의 입장에서 이를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물론, 다른 국가의 회사 소유 특허 등 원천기술을 우리나라가 사용할 때는 상업적인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은 일반적인 사항이다. 원자력 분야의 경우, 한·미 원자력협정에 이를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의 원전기술의 원천은 미국 기술을 도입한 것이다. 한국이 원전기술을 자립한 단계는 한국에 건설된 원전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기술의 자립단계는 크게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원전건설을 시작한 1970년대에는 미국 기술에 의존하면서 주변기술을 배워 자립한 경우인데 바로 건설·시공 분야이다. 1890년대에 부품 국산화로 우리의 기술능력을 배양하면서 가능한 부분을 찾아 국산화를 이룩하면서 기술을 자립하였다. 최종적으로 기술자립을 시현한 것이 구조와 계통의 국산화이다. 즉 해당되는 원전과 이의 시스템을 기술 자립한 것인데 한국은 거액의 해당 기술료를 지불하면서 시스템기술의 자립과 함께 훌륭한 인재를 배양시켰고, 이후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오늘의 원자력선진국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원천기술을 철저하게 한국 실정에 맞도록 컴퓨터 코드의 계산방법 및 절차를 달리하면서 보완하여 한국의 원천기술로 확립해 나가는 여정이 계속되었다. 물론 특허법과 기술 기준에 합당하게 해야 했고 이는 규제기관의 승인을 득해야 함은 물론이다. 때에 따라서는 원천기술에 대한 소송도 없지 않았지만 이러한 절차를 거친 것이 오늘의 한국 표준형인 APR1400 원전이다. 이 트레이드마크는 국제적으로 이미 인정되었고 이의가 있을 수 없다. 이를 한국 안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이해가 부족한 데서 온 것으로 본다.

한편, 2009년 한국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수출할 당시에는 안전해석코드와 핵연료설계코드의 두 종류의 원천기술이 미국 회사인 웨스팅하우스와 공동개발되었던지 미진한 부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지금은 정부(산업자원부)의 `원전실용화기술 발전방향(Nu-Tech 2015)`의 연구개발 지원에 힘입어 완벽하게 한국의 기술로 자립되었다. 한걸음 더 나아가 한국은 APR1400보다 안전성이 더 보완되고 용량이 약간 증가된 150만㎾의 APR+ 원전기술도 규제기관의 설계승인을 받아 놓고 있다. 핵연료의 경우는 하이퍼(HIPER)란 고연소 건전성 핵연료설계를 확립하였다.

외신에 의하면 다음 달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기의 대형 원전 입찰이 예정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는 우리의 기술인 10만㎾급인 소형원전(SMART) 2기를 기술이전 및 현지에 건설하기로 양국 간에 협약이 체결되어 사우디아라비아 기술자 40여 명이 한국에 상주하면서 한국원자력연구원과 공동설계를 진행 중이다. 이러한 여건에서 소형뿐 아니라 대형 원전 수입과 관련하여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는 국가는 실상 한국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좋은 기회에 해외수출에 어려움을 주는 것은 한국의 탈 원전 기조가 수출을 가로막는 핵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 이상 원전을 건설하지 않는 `탈 원전` 국가에서의 원전수입은 제대로 된 기술지원이 될 수 있겠는가?" 하는 수출 경쟁국의 입방아와 수입국의 생각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정말 원전 수출을 원한다면 대통령과 정부의 특단의 결심이 필요한 때이다. 이익환 전 한전원자력연료(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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