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주 중에 여야 5당 대표들과 회동을 추진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불참 시사로 여의치 않은 것 같다. 청와대로서는 회동을 통해 한반도 안보 상황과 유엔외교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와 성과를 설명하는 한편 초당적 협조를 구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개혁 입법과 내년 예산안 등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현안과 관련, 협치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이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이런 구상은 제1야당 대표가 참석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면서 의미가 퇴색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홍 대표가 참석하지 않더라도 회동은 이뤄지겠지만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은 엄연하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은 지난 7월 19일 이후 이번이 두 번째로 추진되는 것이지만 홍 대표는 당시에도 참석하지 않고 청주 수해복구현장을 찾았다. 홍 대표가 문 대통령과의 회동을 기피하는 이유는 만나봤자 현 정국을 풀 만한 마땅한 방안이 없을 뿐더러 자칫 들러리를 서는 모양새에 그칠 것이란 인식에서라고 한다. 특정 의제를 갖고 회동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대통령과 설전을 벌이거나 얼굴을 붉힐 수도 없는 일이기에 아예 만남 자체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엔 자칫 대통령의 치적 홍보에 활용되거나 정략적으로 이용을 당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국정에 책임 있는 제1야당의 대표가 대통령과 국정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를 마냥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싶다.

홍 대표가 문 대통령과의 회동을 거부하는 것은 당의 판단과 자신의 자유의지에서 비롯된 일일 것이다. 그러나 홍 대표는 개인이 아니라 국정에 책임이 있는 제1야당의 대표다. 무엇보다 안보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보수야당의 대표로서 북핵 실험과 미사일 도발에 따른 위기상황에서는 정부와 협조를 해야 한다. 여야 대표가 대통령과 머리를 맞대는 것 자체로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정책의 차이가 클수록 자주 만나야 한다. 홍 대표가 자꾸 회동을 거부하면 몽니로 비쳐진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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