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이들이 시끄럽게 해 죄송합니다."

한 대중 음식점에서 식사를 끝내고 나서던 30대로 보이는 어머니가 우리에게 공손히 한 말이었다. 이런 겸손하고 정중한 사과의 말을 너무 오랜만에 들어 한편으로는 의아하기까지 했다. 필자의 바로 앞 테이블에서 가족이 함께 식사했던 사람들이었고, 할머니와 할아버지, 부부 그리고 자녀들로 보이는 이남 일녀의 대가족이었다.

그 어머니가 말한 아이들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 또래의 밝은 표정의 세 아이들이었다. 우리부부와 딸이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지만, 그 어머니의 사과의 말처럼 아이들은 시끄럽고 소란스럽게 굴지 않았었고 우리가 식사하는데 불편하지 않았었다.

다만 모든 아이들이 그렇듯 서로 쾌활하게 웃으며 이야기하고 맛있게 먹을 뿐이었다. 나는 내심 `가정교육이 참 잘된 아이들이구나.` 그렇게 생각했었다. 나의 관점에서는 그 아이들은 대중음식점에서의 예절과 공중도덕을 지켰으며 주위에 민폐를 끼치지 않았었다. 오히려 일부 볼썽사나운 교양 없는 어른들이 보고 배워야 할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그 어머니는 아이들의 활발한 언행자체가 주위에 거슬렸음이 못내 미안했던 가 보다. 젊은 어머니의 정중한 사과 한마디는 그 가족의 깊은 내공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더불어 사는 지혜를 느낄 수 있었고, 저녁식사 내내 그 젊은 어머니의 수준 높은 배려심에 마음이 훈훈했다.

연일 청소년 범죄로 세상이 시끄럽다. 보도된 청소년의 범죄가 대담하고 잔인해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특히 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의 어린 나이에 경악하기도 했다. 그들의 행동은 결과의 책임에 앞서 `일단모방`으로 나타난다. 집단구타나 린치를 서슴없이 하며 죄의식 없이 동영상을 유포하기도 한다. 이는 미성년자의 어쩔 수 없는 특성과도 일치한다. 그들의 신체적 정신적 특성상 수치심과 죄의식을 깨우치기엔 아직 자아가 영글지 못한 미성숙체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며 이는 `집단강력범죄`로 발전할 소지가 매우 높다. 피해당사자들은 분하고 억울하지만, 딱히 하소연할 데도 없다. 죄질에 따라 엄히 처벌해야 하지만, 청소년 보호법으로 솜방망이 처벌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피해자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좀 더 사려 깊이 생각한다면 이런 미성년자의 범죄 사건들의 죄의 대가를 실제로 누가 받아야 할 지는 불분명해 논란이 될 수 있다.

어린 아이들은 어른을 보고 배운다. 그래서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라고도 했다. 인지능력과 사리분별 능력이 떨어지는 어린 청소년들이 범죄를 저질러 인생에 큰 오점을 갖게 되는 일은 사회적 중대사안이다. 죄질로만 보면 엄중한 처벌이야 당연하지만, 그 처벌 뒤에 따라오는 사회적 책임 장치가 우리 사회에 부족하기에 걱정이 앞선다.

그들에게 `전과자`란 낙인은 그들의 남은 삶의 질에 막대한 걸림돌이 될 것이며, 또한 사회전반 및 국가경영에도 큰 저해요소다. 그렇기에 청소년범죄는 현재의 사회적 과제이며 미래의 큰 짐으로 남게 된다.

모든 범죄가 그렇지만, 청소년 범죄는 특별히 더 예방이 중요하며, 범죄청소년의 적절한 교화로 제2의 범죄를 막아야 한다.

어린 청소년들의 올바른 자아형성과 인성을 위한 체계적 교육이 필요하며 우리 사회 전반에 예절과 인성교육이 절박하다. 그 인성교육은 가정이 기초지만, 아이들에게 들이대는 주입식 교육으로는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성인 부모들이 먼저 변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다. 부모자신의 인성을 돌아보아야 하겠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 함함하다` 하듯 내 새끼의 버릇없음을 오히려 패기 있다고 감싸고돌지 않았는가? 아이들의 행동이 바로 부모의 행동이며 청소년의 범죄는 바로 어른들이 저지른 범죄가 아닌가?.

식사 후 정중한 사과를 한 예절 바른 어머니가 이 세상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강명식 푸른요양병원장·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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