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석 교장
이영석 교장
가을이다. 날씨가 선선해지며 이제 코스모스들도 준비를 마치고 가을바람에 맞춰 한들거리고 있다. 아이들도 새학기를 맞아 여름동안 나른해졌던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심기일전하는 시기이다. 만물이 여유로워지고 풍요롭게 다가오는 이 계절에 각종 매체를 통해 우리 아이들에 의해 행해진,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라고 상상하고 싶지 않은 가슴 아픈 소식에 깊은 슬픔이 몰려온다. `왜 그랬을까?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는 총체적 혼란에 그저 답답한 마음을 감추기 어렵다. 아이다운 생각과 행동을 하는 아이, 어른다운 생각과 행동을 하는 어른이 없는 세상이 된 것 같다. 많은 원인과 요인이 있겠지만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내 아이를 더 능력 있게 키워서,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 보다 더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살게 해 주고 싶은 욕심에, 사람에 대한 기본 예의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삶의 가치를 배우지 못하고 경쟁에 내몰았던 가정과 사회의 책임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각종 디지털 매체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어려서부터 부모의 의지대로 공부하고, 행동하며 끝없는 경쟁에 도전과 좌절을 반복하고, 그리고 사춘기가 돼 자기 생각을 표출하게 되면 부모도 감당을 못하고, 학교도 감당을 못하고, 사회도 감당을 못하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로 변해버리는 아이들… 아이들과 부모, 사회 모두가 안쓰러울 뿐이다.

누구나 다 알 듯이 사람은 스스로생각하고, 판단하고, 자기의 가치를 향해 행동하는 사회적, 이성적 존재이다. 요즈음 아이들에겐 아이들다운 생각이나 철학이 없다.

아이들로 하여금 생각할 수 있는 기회와 여건을 만들어 주고, 생각을 키워 자기 나름대로의 철학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바른 인성도 길러지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길러질 것이고, 자기가 얼마나 아름답고 고귀한 존재라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세상은 그냥 마구잡이로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내 마음대로 사는 곳이 아니라 서로를 사랑하고 보듬고, 손을 잡고 함께 살아가는 곳이다`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아이들의 생각과 철학을 키우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그동안 너무나 많은 학자들이 연구하고, 그 결과를 제시했지만 그 어느 것도 만병통치약은 될 수는 없었다. 다양한 이론과 방법, 그리고 넘쳐나는 컨텐츠 속에서 한 가지 가장 손쉽고, 실패율이 낮은 방법이며, 좌표를 잃은 현재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그 답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책을 가까이 하는 것이다. 삶의 힘겨움을 이겨낼 수 있는 지혜, `성장`이라는 물을 주기 위해서는 독서를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독서를 통해 나 중심에서 우리 중심으로 생각이 바뀌고, 경쟁과 욕심을 뒤로하고 사람을 먼저 볼 수 있는 바른 인성이 길러진다. 책을 통해 삶의 경험을 나누고 아이들 스스로 몸과 마음이 홀가분해지며 삶의 본질을 찾을 수 있다.

아이들의 인성에 등불이 될 수 있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위해 고민하고, 논의해서 아이들의 생각을 키우고, 자신을 알고, 타인을 배려하고, 더불어 사는 세상의 맛을 알고 그 안에서 꿈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을 기르는 책을 선정하여 아이들이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게 하는 방법을 권하고 싶다.

인터넷 강국, 전자기기 강국, 스포츠 강국 등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그 이면의 참담함과 슬픔도 우리는 알고 있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이제는 조금은 느릴지는 몰라도 아이들의 생각을 키우고, 아이들이 자기만의 철학을 갖도록 준비해주고, 응원해주고, 기다려줘야 될 것이다.

사람의 인성은 공장에서 뽑아내는 제품처럼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늘은 자꾸만 맑고 높아져만 간다.

이 가을에 우리 아이들이 저 높은 하늘처럼 여유롭고, 때로는 한가함 속에 인생에 도움이 되는 책을 마주대하고, 생각을 키워서 아름다운 미래를 위한 기초를 세울 수 있도록 사회구성원 모두가 다 함께 노력하는 계절이 됐으면 한다.

이영석 대전중리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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