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에 등장하는 3명은 서로간 잘 아는 사이였을 것이라는 심증이 짙다. 피해 여성과 범인의 여친인 여성과는 한살 터울이며 더 놀라운 것은 두 사람이 15년 간 친분을 유지해 왔던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밝혀졌다. 공교롭게도 살해범은 피해자 동생뻘인 여성과 연인관계를 맺은 것으로 보이고 그게 고리가 돼 피해자와도 수년간 얼굴을 트게 된 것 같다. 그러다 지난 18일 밤 여친에게서 피해자가 험담한다는 소리를 전하자 둘이 작당해 그녀를 승용차에 태워 도심 외곽으로 이동했으며, 이후 피해자는 다음 날 새벽 인근 마을 주민에 의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범인과 그의 여친은 피해자가 탈의를 강제당한 채 숨지자 옷가지를 현장에 버려두어 성폭행 사건처럼 꾸미기도 했다. 주범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여친 행동도 상식 밖이다. 십 수년동안 친분을 맺어온 피해자가 뭇매를 맞고 생명을 빼앗기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별다른 제지 의지를 보이지 않고 지켜보기만 한 게 사실이라면 비정하기 이를 데 없으며, 무엇보다 보통 상식으로는 납득이 안 가고 기가 막힐 노릇이다. 혹여 당시 공포 분위기에 압도돼 상황 악화를 막기가 여의치 않았을지 모르나 그렇다고 형사법체계상 면책사유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청주 살인 사건은 20대 초반 여성들끼리 주고 받은 말이 30대 범인의 귀에 들어가면서 참극을 부르고 말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성을 잃고 야수로 돌변한 범인의 업보는 무겁기 한량 없다. 그 중간에 끼어 삶의 미래를 잃은 여성의 경우도 일면 측은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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