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총경급 이상 운전 의무경찰 보직 폐지지침을 내리면서 지방경찰청장은 물론 일선 경찰서장까지 직접 운전대를 잡게 됐다.

경찰 고위급 인사가 직접 운전을 하는 낯선(?) 풍경을 두고 경찰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21일 대전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대전경찰청 운전의경 2명과 6개 경찰서장 담당 등 8명 전원이 운전 보직에서 해제, 타 부서로 재배치됐다.

지난달 28일 경찰청의 지시를 받은 대전 경찰은 29일 각 경찰서에 이를 통보했고, 그 뒤부터 대전경찰청장과 서장 등은 출·퇴근 때 직접 운전을 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최근 박찬주 육군대장의 공관병 갑질 등이 사회적 문제로 야기된데 따른 조치다.

지침이 이행되면서 경찰청장은 물론 일선 서장까지 직접 차를 몰고 출·퇴근하는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점심식사를 하러 갈 때도 개인적인 자리이면 서장이 직접 관용차를 운전한다. 아침·저녁 출·퇴근 시간 차량을 대기시키는 의경은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고, 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직접 주차까지 마친 뒤 업무를 수행한다.

이 같은 모습에 경찰 내부 의견은 분분하다.

갑질을 근절하는 차원에서 옳은 일이라는 반응과, 경찰 조직 내 예우와 업무특성을 고려치 않은 처사라고 양분되는 모양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관은 "청장이나 서장이 차지하고 있는 조직 내 위상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타 직종 고위공무원은 운전을 하는 운전직이 따로 있는데 경찰은 여건상 수월치 않아 의경이 이를 대신하는 것"이라며 "갑질을 근절하는 것도 좋지만 그들에 대한 예우는 충분히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기관장으로서 잦은 지역행사에 참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해당부서 직원이 운전을 하기도 한다. 업무의 공백도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긴급상황에 대한 대처도 미흡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경찰관은 "직접 출·퇴근하는 서장을 보면 훨씬 이질감이 줄어들고 분위기가 좋다. 행사가 있는 부서원이 서장을 직접 챙겨야 하는 부담감(?)도 있지만 차차 지나면 익숙해질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고 정착이 되면 부정적 요소보다는 긍정적 요소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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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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