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 갑천 산책길에서 들개 4마리가 무리지어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강신복씨 제공
대전 유성구 갑천 산책길에서 들개 4마리가 무리지어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강신복씨 제공
강신복(65) 씨는 지난달 반려견과 대전 갑천에서 산책을 하던 중 깜짝 놀랐다.

주인 없이 배회하는 들개떼 4마리를 만난 것이다. 목줄도 없이 어슬렁거리는 대형견 4마리는 목에 폐타이어 끈이 묶인 채 주변을 배회했다.

지난 17일 강 씨가 다시 마주친 이들 들개떼는 그새 야위어 있었다. 굶주린 들개떼 4마리는 갑천변 주변의 고라니와 고양이를 에워싸 잡아먹기도 했다. 또 반려견과 함께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으르렁대거나 크게 짖어 위협했다. 갑천변 주변에서 먹이를 구할 수 없자 들개떼는 최근 대전 유성구 도안동·원신흥동 소재 아파트 일대까지 출몰해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하고 있다.

문제는 오랜 기간 굶주린 들개가 자칫 사람을 공격해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강 씨는 "매일 가벼운 마음으로 나서던 산책길에 혹시 몰라 골프채를 챙겨 들고 길을 나선다"며 "인명피해가 걱정되고, 타이어줄이 들개의 목을 조이고 있어 너무 불쌍하고 가엾다"고 말했다.

강 씨는 지난달 유성구청에 신고를 해 `민원이 접수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지만 신고처리 답변은 받을 수 없었다.

유성구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대전에도 농가가 많다 보니 대형견이 유기되면 시민들이 들개로 인식하고, 불안을 느낄 수 있다"며 "유기동물 발견 현장에서 바로 신고가 오면 대전시동물보호센터와 출동해 동물을 구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21일 대전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반려동물등록제 시행 후 등록동물 4만 4387마리 중 개 2499마리 등 총 4021마리가 유기됐다. 내·외장칩 배포율이 절반에 못 미치는 것을 고려하면 유기견의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형석 우송정보대 애완동물학부 교수는 "떼를 지어 다니는 것만으로 야생견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야생화된 것"이라며 "유기된 지 오래 지난 개들은 사람보다 자신이 서열이 높다고 인식해 공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기견도 사람의 부주의로 인해 버려진 동물이니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일단 격리를 시키고 보호소로 보내서 사람의 사랑을 받으면 분명 다시 사회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4일 충남 태안에서는 목줄이 풀려 가정집에서 탈출한 진돗개에 70대 할머니가 얼굴 등을 물려 숨졌고, 지난 7월에는 경북 안동에 혼자 살던 70대 할머니는 마당에서 키우던 풍산개에 신체 곳곳을 물려 사망했다. 조수연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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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유성구 갑천 산책길에서 들개 4마리가 무리지어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강신복씨 제공
대전 유성구 갑천 산책길에서 들개 4마리가 무리지어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강신복씨 제공

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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