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없는 영혼

1990년대 초반 장편소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고등어`, 소설집 `인간에 대한 예의` 등을 연이어 출간하며 베스트셀러 작가로 확고히 자리 잡은 공지영 작가가 생애 처음으로 에세이를 출간했다. 이 책은 1996년 초판 발간 이후 2006년, 2010년 각기 출판사를 달리해 재출간되며 20여 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아온 작품이다.

이 책은 작가로서 거침없는 성공의 길을 달리기 시작한 시기에 개인적으로는 힘겨운 일들을 건너면서 30대 초반에 쓴 고통과 방황의 기록이자, 그와 같은 시련의 강을 건너고 있는 청춘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다.

편지 형식을 빌려 쓴 이 책은 전체 5장으로 나뉘어 있다. 여행에서 쓴 글과 작가 개인의 기억, 후배들에게 보내는 글 등으로 구성돼 있다.

1장 홍콩으로부터의 편지와 2장 일본으로부터의 편지에서는 작가가 낯선 이국땅으로 떠나 온전히 혼자인 채 자신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내면의 상처와 마주하며 느끼는 감정들을 솔직히 드러낸다. 상처는 누구도 피할 수 없고 또 그 시간은 누구나 건너가야 하는 것이지만, 또 한편으로 자신에게만 유독 가혹하게만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거쳐, 결국 작가는 `나 자신에 대한 기다림`, `고통들이 시간과 함께 익어 향기로운 술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일`을 통해 그 시간을 견디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깨닫는다. 하루하루 지난 상처를 돌이켜보며 주저앉기보다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시련이 인생에서 의미 없는 것으로 끝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얻는다. 또한 자신의 이야기가 `더 외로운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으리라는 소망을 품는다.

3장 나를 꿈꾸게 하는 그날의 삽화에서는 유년의 시절과 지난 시절에 대한 소소한 추억을, 4장 내 마음속의 울타리에서는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사는 일에 대한 여러 경험과 여성문제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5장 소설을 쓰고 싶은 그대에게에서는 문학과 글쓰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담히 밝히고 있다.

`발밑이 절벽인 줄 알면서도 뛰어내릴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삶에 대한 진실한 고백과 그와 같은 삶에 대한 공감,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침내 발견하고야 마는 사람에 대한 사랑과 생(生)에 대한 희망은, 작가의 바람처럼 고단하고 외로운 삶을 사는 우리들에게 여전히 큰 울림과 위로를 전한다.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 영문과를 졸업한 작가는 1988년 구치소 수감 중 집필한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발간한 책이 연이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대한민국 대표 작가가 됐다. 이호창 기자

공지영 지음/ 해냄출판사/ 284쪽/ 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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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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