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기억이다

도시는기억이다
도시는기억이다
인류 문명이 등장한 이래로 도시는 인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활동의 성과물을 집약해 발전해왔다. 도시는 인간의 모든 삶의 흔적들을 기억하고 전승한다. 그 중에서도 크고 작은 공공기념물들은 도시가 기억하는, 기억하고 싶어하는, 기억해야 하는 과거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공공기념물은 도시의 역사 문화경관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역사문화경관은 특정 시기의 정치 상황과 맥락을 압축적으로 내포하기에 다양한 독해가 가능한 열린 텍스트다.

특정 물리 공간이 어떤 연유로 선택돼 그곳에 공공기념물이 조성되고 이후 세대에게 기억의 터가 되는지, 공공기념물은 어떤 상징들을 적극적으로 혹은 은연중에 표현하는지, 하나의 공공기념물이 주위의 경관이나 역사문화 환경과 조응하며 어떤 이미지를 구성하는지 등을 분석하는 것은 특정 도시가 무엇을 기억하고 어떤 정체성을 내세우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도시 역사의 흥미로운 접근방식이다.

이 책은 도시의 각종 공공기념물이 역사를 기억하고 평가하고 전승하는 중요한 매개체라는 인식을 공유하는 한국의 서양 도시사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물이다. 이 책을 기획한 도시사학회는 2008년에 창립한 후 활발한 학술활동을 하면서 2011년에 `도시는 역사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동서양 주요 도시 열 곳의 역사와 문화를 고찰한 이 책은 도시가 과거 역사의 산물이자 미래의 역사를 만들기 위한 현재의 다양한 역사적 실천이 이뤄지는 장소임을 환기시켰다. 후속작인 `도시는 기억이다`는 서양의 주요 도시들에 집중한다. 고대 아테네와 로마의 각종 공공기념물이 이후 서양사의 전개 과정에서 도시들을 다양한 공공기념물의 보고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책에서 다루는 도시의 역사와 문화, 주요 공공기념물의 유래나 의미 등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서술했으나, 다소 분석적인 글이 많은 편이다.

특히 각 장마다 다루는 도시의 주요 공공기념물 건립 동기나 배경, 기억하고 기념하고자 하는 역사적 사건들, 공공기념물 건립 주체와 건립과정, 이 과정이나 건립 이후 대중이나 여론의 반응, 공공기념물을 둘러싼 갈등 양상, 공공기념물의 기호 등 이미지, 도시 정체성 형성 등을 입체적으로 살피고 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됐는데, 1부는 지중해 권역 도시들로 고대와 중세 도시들을 다룬다. 2부는 주로 근대 서유럽 수도들의 공공기념물을 다룬다. 3부는 동유럽과 아메리카 도시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강은선 기자

주경철·민유기 외 지음/ 서해문집/ 544쪽/ 2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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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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