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당과 선군정치

지난 15일,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에 떨어졌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 결의안을 발표한 데 따른 반발의 표시로 분석된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가 유엔 산하기구를 통해 북한에 세계식량계획 등 800만 달러의 인도적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국제사회는 안보문제에 집중하며 대북 무역제재 조치를 가하는 등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왜 끊임없이 핵·미사일에 열을 올리며 고립을 자초하는가.

책 `장마당과 선군정치`의 저자 헤이즐 스미스(Hazel Smith)는 온갖 신화, 오해로 덮여 있는 북한 사회를 25년간 철저한 자료조사, 인터뷰, 현지 체류경험을 바탕으로 최대한 진실을 복원하려 했다. 북한 사회에 대한 외부의 선입견에 맞서 북한 역시 여느 나라처럼 과학적이고 학문적인 방식으로 분석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저자는 1990년대 100만명의 사망자를 낳은 대기근 이후 북한에서 중요한 정치·경제·사회적 발전이 상당히 많이 이뤄졌고, 이 변화가 정권에서 행하는 `위로부터의 군사통치`와 대비되는 민간 중심의 움직임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고 있다.

책은 북한에 대한 `비상식적 상식`을 걷어낸다. 북한의 특수성, 보편성 어느 한쪽을 강조하며 심정적으로 이해하는 대신, 어느 나라처럼 북한을 사회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있다고 본다. 1200여개의 주석, 580여건의 참고문헌이 이를 뒷받침한다. 저자가 직접 엄선하고 제공한 실증 자료를 통해 북한에 대한 한층 더 밝은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 외국인의 눈으로 바라본 북한사회는 오늘날 남-북 외교와 정책에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 김대욱 기자

헤이즐 스미스 지음·김재오 옮김·528쪽·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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