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무 책꽂이

◇금강산 호랑이(권정생 글·정승각 그림)= 오랫동안 전해 내려온 우리의 옛이야기 `금강산 호랑이`가 권정생이 쓰고 정승각이 그린 그림책으로 출간됐다. 지난 2000년 시작된 이 작업은 작가가 지난 2007년 작고한 지 10년 만에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동시에 선보여지게 됐다. 이 책은 아버지를 잃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는 주인공 유복이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그에게 보내는 응원의 마음이 듬뿍 담겨있어 잔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준다. `애비 없는 자식`이라 놀림받던 천덕꾸러기 유복이가 엄청난 노력 끝에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 성장하는 이 이야기는 우리 아이들뿐 아니라 일본 어린이들에게도 커다란 감동을 주고 진정한 용기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또 정승각 화가가 17년을 공들여 호랑이와 산신의 모습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기법이 사용된 그림은 금강산이 품어 내는 정기와 압도적인 힘을 고스란히 표현해 냈다.

꼬마 중장비들의 하루

◇잘자, 굴삭기 벤!(되르테 혼 글·필리프 스탐페 그림·권지현 옮김)= 굴삭기, 기중기, 덤프트럭과 같이 커다랗고 멋진 중장비들은 많은 아이들의 로망이다. 이 책은 꼬마 중장비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꼬마 굴삭기 벤과 친구들은 엄마 아빠가 일을 하는 동안에 `공사장 유치원`에서 신나는 하루를 보낸다. 엄마 아빠가 일을 마치고 데리러 오면 잠을 자러 떠난다. 꼬마 중장비들은 저마다 독특한 방법으로 잠에 든다. 이들이 잠이 들 때면 아이들의 잠자리도 즐거운 상상의 공간이 된다. 또 꼬마 중장비들의 하루를 통해 자연스럽게 중장비들이 하는 일을 배우고 올바른 잠자리 습관을 배우게 된다. 또 선명한 색채로 주인공들을 생기발랄하게 표현해 꼬마 굴삭기들이 하루를 보내는 동안 변하는 하늘의 색채를 보는 것도 이 책이 주는 하나의 재미다.

선물·케이크…매일이 설레요

◇내 생일은 언제와요?(줄리 폴리아노 글·크리스티안 로빈슨 그림·정화진 옮김)= 작가는 오랜 시간을 들여 정교하고도 신중한 언어를 골라 작품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작가는 늘 생일을 기다리는 자녀로부터 영감을 받아 이 책을 썼다. 감각적이고도 반복되는 문장은 생일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즐거운 설렘, 혹은 생일이 오기까지 조바심을 내는 아이들의 긴장감을 매우 리드미컬하고 생동감 있게 표현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생일을 기다리고 있는 기대감으로 한껏 부푼 채 생일 전날 밤에도 잠을 참아가며 내일 아침까지 잠들지 않겠다고 말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선물, 케이크와 맛있는 음식 등 생일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아기자기한 요소를 담아 생일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보여주고 있다.

나도 형처럼 되고 싶어

◇나도 꼭 잡을 거야(박소정 글·그림)= 주인공 관우는 형 도겸이가 참 부럽다. 형은 방아깨비, 개미 같은 벌레를 잘 잡아서 아이들이 항상 형의 곁에 모여있기 때문이다. 관우는 형처럼 잠자리를 잘 잡고싶다. 그래서 형이랑 함께 놀고싶은 것도 꾹 참으면서 잠자리를 잡으러 다닌다. 하지만 잽싼 잠자리는 쉽게 잡히지 않고, 관우는 그만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게된다. 이 책은 형이 하는 놀이를 보고 따라하며 잘하고 싶어 하는 대여섯 살 아이의 모습이 이야기 속에 자연스레 녹아있다. 곤충을 능숙하게 잘 잡아 인기를 한몸에 받는 형이 부러운 동생과 그런 동생이 성가시지만 자꾸 눈에 가는 형의 마음이 관우와 도겸이의 모습에 그대로 담겨있다. 장면마다 펼쳐진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잠자리를 보며 관우처럼 아이의 마음으로 잠자리를 잡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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