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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훈 칼럼] 사립유치원 ‘휴업 논란’이 남긴 것

2017-09-20기사 편집 2017-09-20 18: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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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들의 집단휴업 논란은 모두에게 씁쓸함을 남겼다. 보육대란이 우려됐었지만 휴업 강행과 번복을 오락가락 하다 철회로 일단락 됐다. 원생들을 볼모로 단체행동을 한다는 국민적 비난 여론과 당국의 강경대응 방침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유치원생과 학부모들이 불편을 겪지 않아 다행이지만 그간의 맘 고생을 생각하면 부아가 치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립유치원은 이번 사태를 통해 과연 무엇을 얻었는지 궁금하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교육당국은 무얼 했는지도 답답하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엔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휴업을 철회했다고 불씨까지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사태의 발단은 정부의 국공립유치원 확대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현재 24% 수준인 국공립유치원을 2022년까지 40%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국공립유치원 확대는 영유아 보육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국공립유치원 비율은 69%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학부모들 역시 국공립유치원을 선호하고 있다. 사립유치원생 부모들 중엔 어쩔 수 없어 사립을 보낸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공립 확대는 국민들의 기대에도 부합하는 정책이지만 사립유치원들에겐 탐탁치가 않은 일이다. 생존권이 달려있는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공립 증설 계획을 철회하고 재정지원을 확대해 달라며 단체행동을 예고한 까닭이다.

국공립유치원을 늘리면 사립유치원이 타격을 받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갈수록 원생이 줄어드는데다 그마저 국공립에 빼앗기게 되면 문을 닫는 사립유치원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10년 전 49만 명대였던 출생아가 올핸 35만 명대로 대폭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공립 확대를 안해도 갈수록 어려운 여건이긴 하다. 그렇다고 해도 집단 휴업이라는 단체행동은 전혀 교육적이지도 못하거니와 국민적인 공감을 얻을 수가 없다. 더구나 부모들이 휴가를 내기 어려운 추석 연휴를 앞둔 시점에 휴업계획을 잡았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이기주의이자 횡포로 밖에 여길 수밖에 없다.

사립유치원의 경영난 문제는 국공립유치원 확대와 별개로 논의했어야 맞는다고 본다. 남을 헐뜯을게 아니라 나의 어려움을 타개하려는데 초점을 맞춰야 했다. 대다수 국민들이 원하는 정책에 태클을 거는 바람에 여론의 질타가 쏟아진 것이다. 정부의 재정지원 요구도 마찬가지다. 당국의 회계감사는 받지 않겠다고 하면서 국공립수준의 인상을 주장하니 누가 공감하겠는가. 차라리 사립유치원들이 그동안 정부를 대신해 유아 보육에 기여해온 점이나 원아감소로 어려워진 경영여건을 호소하는 편이 훨씬 나을 뻔 했다. 물론 집단휴업이라는 극단의 선택은 배제돼야 한다. 그랬더라면 여론을 환기시키고 공감을 이끌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번 휴업파동으로 사립유치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추락했다. 특히 유치원생을 둔 직장맘들의 배신감과 분노는 이루 말할 수가 없을 것이다. 사립유치원을 더 이상 교육기관으로 여길 수 없다고 할 정도다. 명분 없는 휴업으로 혼란만 야기한 만큼 자녀들을 믿고 맡기기 어렵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사립유치원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국공립유치원 확대계획을 조속히 추진해달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매사에 지나친 욕심은 일을 그르치기 마련이다. 제동을 걸어보려 했던 사립유치원들로선 되레 매를 번 결과가 됐다.

교육당국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살펴봐야 할 일이 적지 않다. 전국 4200여 개 사립유치원 가운데 법인 유치원은 500여 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개인 운영이라고 한다. 사립유치원이 영세하다는 의미다. 이러한 실상에 맞는 정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저출산이라는 사회현상이 사태를 악화시킨 측면이 없지 않다. 이는 유치원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초중등은 물론 대학에 이르기까지 저출산의 후폭풍이 몰아 닥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저출산 고령화라는 구조적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꼼꼼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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