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고 있다. 대전시라고 예외는 아닌 모양이다. 시는 본청 및 공기업 기간제 근로자와 용역 근로자를 대상으로 정규직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본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5개 자치구의 사정은 더 심각한 양상이다. 구에 따라선 기간제 근로자의 절반 이상을 정규직으로 돌려야 하건만 이를 뒷받침할 재원이 모자라다.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를 구성한 자치구가 아직 없다는 건 이행 의지도 의지지만 무리한 정책을 뒤쫓아갈 여력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희망 고문`으로 막을 내린 기간제 교사처럼 정규직 전환 대상자의 기대를 부풀리다가 혼란과 갈등을 키우는 듯해 답답하다.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이미 여러 문제점을 노출했다. 1호로 기록될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 작업은 현재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당초 계획은 자회사를 설립해 60개 외주회사 소속 약 1만 명의 비정규직을 정규화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외주회사가 법적 대응으로 맞서면서 진퇴양난의 처지에 빠졌다. 개장이 촉박한 제2 여객터미널 직원을 정규직 대신 기존과 같이 간접고용 형태로 일단 채용하기로 했다니 씁쓸하다. 도로공사의 경우 외주화한 톨게이트 직원 7000여 명의 직(直)고용 요구와 무인화 방침이 맞서 있다. 거의 모든 행정기관과 공기업이 정규직 전환의 묘수를 찾지 못하는 건 정책의 허점 탓이 크다.

비정규직을 한꺼번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섣불리 접근하는 건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비정규직이 있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일부 국립대의 고령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건 정년조항에 걸려 되레 일자리를 잃는 딜레마에서 비롯됐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신중하고 차분하게 추진할 일이다. 신규 채용 감소로 청년 일자리가 줄어드는 `역설`도 돌아봐야 한다. 대전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공기업으로선 구체적 가이드 라인과 예산 지원 확대가 절실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획일적으로 비정규직 제로를 밀어붙이다간 선의(善意)의 정책이 화를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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