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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걷자고…길이 말을 건다

2017-09-20기사 편집 2017-09-20 16:56:33

대전일보 > 라이프 > 여행/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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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팔도유람]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 소나무향기 섞인 온천, 자연에 취하다

첨부사진11만여 그루 이상의 금강송이 모여있는 울진 금강소나무숲길은 국내 최고의 트레킹 장소로 손꼽힌다.
늘 이렇다. 경북 울진군 초입에 들어서면 항상 망설이고 만다. 한적한 곳에 차를 대놓고 어디를 갈지 갈팡질팡이다. 바다는 7번 국도를 따라 실컷 보았으니 어디로 가면 좋을까. 훌쩍 산으로 들어가 한적한 소나무 숲길을 걸어도 좋고, 뜨끈한 온천물에 여행의 피로를 풀어도 좋다. 쉽게 정하기엔 이래저래 선택지가 너무 많다. 바닷 내음과 소나무 향취를 머금은 바람 속에서 몇시간이나 길을 잃는다. 울진은 이렇듯 시간을 잊게 하는 못된 재주가 있다.



◇천년의 향취. 소나무의 수다를 듣다 = 사람보다 자연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울진의 산림은 무척 시끄럽다. 산마다 뒤덮힌 금강소나무들이 어깨동무를 한채 향기로운 수다를 쏟아낸다.

한반도 어디에서나 흔한 소나무지만, 울진의 것은 조금 특별하다. 고목이 단단하고 하늘을 찌를 듯 곧게 자라나는 탓에 '금강'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더 붉고, 굽이가 적으며 나이테를 보면 일반 소나무보다 촘촘한 것이 특징이다. 600년이 넘은 것도 많으며 최소 수령 50년 이상을 자랑한다. 울진 전체가 소나무특구(천연보호림'산림유산자원 등)로 지정된 탓에 함부로 베어내지 못해 어느 산이든 소나무가 빼곡하다.

울진 금강소나무숲은 '한국관광 100선'과 국가대표브랜드에 자주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됐다. 국내 산림자원분야 최초이며, 지금은 정부 차원에서 '세계FAO(국제주요농업유산)' 지정을 준비 중이다.

지정 대상지는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1·2리와 전곡리, 북면 두천 1·2리 등 총 141.88㎢에 이른다. 이곳은 200년이 넘은 노송 8만여 그루, 520년 된 보호수 2그루와 대한민국 대표 소나무로 지정된 350년의 미인송, 최소 600년 이상의 대왕송 등 모두 1천280만여 그루가 자생하는 국내 최대의 금강소나무 군락지이다. 평균 수령 150년의 나무들이 하늘을 받치고 있는 셈이다. CNN에서는 이곳을 세계 50대 명품트레킹 장소로 소개한 적도 있다.

북면과 금강송면을 잇는 길은 과거 '십이령바지게길'이라 불렸다. 울진 바다에서 생산된 소금과 미역 따위를 지게에 짊어지고 봉화나 영주, 안동 등 내륙으로 옮기던 해산물 유통창구였다는 의미다. 이곳 사람들은 "안동간고등어도 울진에서 잡아 여기 소금을 친 특산물"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물론 지금에야 물건들이 화물차를 타고 국도로 이동하지만, 십이령길에는 소나무 향취에 섞여 여직히 바다 내음도 근근히 배어 있다.

숲길에 들어서면 멸종위기의 산양과 고라니, 다람쥐 등 야생동물도 많아 도무지 현대의 풍경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과거 지게꾼이 들르던 주막들을 복원한 주막촌거리가 형성돼 있어 사극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기분도 만끽할 수 있다. 보호림 지정에 따른 개발 제한 덕분이다.

대신 무작정 들어갈 수 없고 엄격히 '예약탐방제'로 운영되며, 꼭 지정 가이드를 동반해야 한다. 워낙 오지라 탐방객들의 안전을 위한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산양 등 멸종위기종과 원시림으로의 생태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구간별로 나눠 코스가 운영되며 1일 20~80명으로 예약인원이 한정돼 있어 사전에 꼭 알아보고 가야 한다. 문의 및 안내는 울진금강소나무숲길(홈페이지 uljintrail.or.kr 054-781-7118)로 하면 된다.



◇샘솟는 온천에서 느긋함을 즐기다 = 나무 군락지를 크게 돌아 내려오면 덕구온천 관광지를 만나게 된다. 산길을 걸어 땀에 흠뻑 젖은 채로 맞이하는 온천이라니, 정말 딱 맞아떨어지는 자연의 안배이다.

특이하게도 덕구온천은 국내 유일의 자연용출온천이다. 별도의 구멍을 뚫지 않고도 43℃의 뜨거운 물이 1일 300t 가량이나 솟아 오른다. 행정자치부가 선정한 경북 최초의 온천이며, 1983년 10월 온천이 샘솟는 응봉산 남쪽 일원이 온천지구 군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중탄산나트륨이 다량 포함돼 있어 신경통·당뇨병·소화불량'빈혈 등에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미 600년 전부터 피부병과 근육 피로를 푸는 데 탁월하다며 보양온천으로 이용돼 왔다고 하니 등산의 피로를 풀기에 안성맞춤이다. 일반 목욕시설 외에도 물결마사지, 야외 온천탕, 수영장 시설 등이 갖춰져 있어 가족단위 물놀이를 하기에도 그만이다.

온천 위에는 덕구온천호텔과 리조트가 설치돼 숙박과 식사를 이용하기에 좋다. 특히 리조트는 지난해 말 새롭게 리모델링을 마치고 가족방·편백나무방·인형방 등 다양한 테마로 구성돼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덕구온천을 끼고 응봉산 자락을 오르는 산책길에는 아기자기한 세계의 유명 다리 모형과 국내 유일의 자연분출온천샘을 눈에 담아 올 수 있다.

금강소나무숲 탐방길과 조금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울진군 초입에는 또 다른 온천단지인 온정면 백암온천단지도 있다. 백암산 동쪽 기슭의 이곳은 31~53도의 유황질 온천으로 신라 때부터 널리 알려진 치유소이다. 1979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후 리조트와 각종 기업 수련원, 식당 등 편의시설이 들어서며 종합휴양지가 됐다. 반경 2㎞에 걸쳐 발견된 온천공(구멍)에 의해 보다 넓게 시설이 분포돼 있다. 염화칼륨'수산화나트륨·수산화마그네슘·중탄산철 등이 풍부해 만성피부염·자궁내막염·부인병·중풍·동맥경화 등에 효능이 높다. 옛 문헌에 따르면 조선 광해군 시절 한 관료가 풍질(신경질환)로 힘들어하자 백암온천에서 휴가를 보낸 기록도 있을 정도다. 백암산을 뒤덮은 소나무도 좋지만, 온천마을에 다다르는 3천여 그루의 백일홍 꽃길도 일품이다.



◇천년의 향을 담은 송이축제 = 온다면 일부러 넉넉히 휴가를 낼 필요가 있다. 수백년 세월에 걸쳐 조성된 숲의 향취를 맡으며, 덕구와 백암 두 곳의 온천을 즐기고, 또 관동팔경의 하나인 망양정, 월송정, 성류굴, 불영계곡 등을 보고 나면 시간쯤이야 금새 잊혀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가까운 시일에 울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가을 초입인 요즈음이나 겨울 막바지인 2~3월을 추천한다. 오는 29일부터 내달 1일까지 열리는 송이축제와 겨울철 동해안 최고의 별미인 대게축제가 열리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울진 송이는 다른 지역과 달리 수백년 수령의 소나무 밑에서 자생한 탓에 향내가 무척이나 짙다. 과히 천년의 향기를 지녔다고 할만한다. 청정 동해안에서 건져 올린 대게 역시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산지 축제인 만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고, 깜짝경매를 통해 운 좋으면 절반 가격에 구매할 수도 있으니 놓칠 수 없는 기회이다. 한신협 매일신문=신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