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소아암 환자를 위해 머리카락을 기부한 부여 임천중 2학년 이혜진 학생. 사진=임천중 제공
지난달 30일 소아암 환자를 위해 머리카락을 기부한 부여 임천중 2학년 이혜진 학생. 사진=임천중 제공
"선생님, 혹시 머리 언제 자르면 돼요? 이 정도 기르면 된 것 같은데…."

부여 임천중 2학년 이혜진 학생이 지난달 중순 영어 담당 김연미 교사를 찾아왔다. 이 양의 갑작스런 질문에 김 교사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1학기 초인 지난 3월, 훈화 차원에서 스쳐 지나가면서 아이들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가 `항암치료를 받는 소아암 환자들에게 건강한 머리카락을 기증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지난 6개월 간 김 교사의 말을 잊지 않았던 이 양은 소아암 환자를 돕고 싶다는 단순하고도 진지한 일념 하나로 정성껏 머리카락을 길러왔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머릿결이 최상인 상태에서 가발이 제작돼야 하는 만큼 염색이나 파마, 헤나 등의 시술을 받아서는 안되는 탓이다. 특히 기부에는 25㎝ 이상의 모발만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머리가 자라는 기간 동안 꾸준히 관리하는 인내심 역시 필요하다. 외모에 관심이 많은 사춘기 시기의 모발 기부는 웬만한 결심이 아니고서는 매우 어려운 일인 것이다. 이 같은 노력 끝에 이 양은 지난달 30일 머리카락을 기부할 수 있었다.

이 양은 "지난해 단발로 머리카락을 자른 이후 계속 기르다가 영어선생님이 말씀하신 이후 모발 기부를 결심했다"며 "기부된 머리카락이 소아암 환자에게 조그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양의 뜻깊은 행동은 작은 시골 마을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 임천중의 다른 학생들은 이 양과 같이 모발 기부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학교에서도 모발을 기부하겠다는 학생들의 커트비를 지원하겠다고 나섰고, 지역 미용실측은 오히려 돈을 받지 않겠다며 따뜻한 나눔에 동참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임천중 학생진로부장인 강준규 교사는 "아이들 사이에 따뜻한 나눔이 퍼질수록 우리나라의 미래 역시 밝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양과 같은 모발 기부는 충남도 내 각 학교에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천안월봉고 학생 4명이 머리카락을 기증했으며, 같은 해 7월 서산 부춘중에서도 기부가 진행됐다. 특히 부춘중은 올해 5월에도 학생 2명이 머리카락을 기부해 눈길을 끌었다. 도교육청은 기부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학생들에게도 상장을 수여할 계획이다.

조기성 도교육청 체육인성건강과장은 "소아암 환자를 위해 머리카락 기부를 이어가는 모습이 정말 대견하다"며 "학생들의 진심어린 마음이 사회를 밝히는 등불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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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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