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한 지 넉 달이 지난 문재인 정부가 고용·복지 등 다른 분야에 비해 과학기술 분야 정책 제시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공약이었던 4차 산업혁명위원회는 아직까지 실체가 없고, 과학기술 분야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받았던 `과학기술혁신본부`는 인사파동을 겪으며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4차 산업혁명위원회는 총리급의 위원장에 장관 15명에 민간위원 15명을 포함해 30명의 위원으로 구성될 예정이었으나, 지난 7월 말 관련 부처 장관 5명에 민간위원 25명으로 구성되는 방안으로 변경됐다. 위원장도 총리급에서 부총리나 장관급으로 낮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당초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논의한 위원회 위상보다 많이 낮아지는 것인데,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부처를 컨트롤 해야 하는 상황에서 위원장이 부총리나 장관급으로 낮춰지면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정부는 이달 중순 위원회 신설을 예고했지만 아직까지 위원회의 실체는 없다.

19일 대전을 방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대하는 태도와 지역에 대한 배려 등이 실망스럽고 걱정스럽다"며 "현 정부가 위원회를 만든다고 했는데 잘 진행이 안 되는 것 같고, 대통령 산하로 하려다 지금 국무총리 산하로 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와 중요도가 떨어지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과기혁신본부도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자진사퇴를 겪으며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20조 원에 달하는 연구개발(R&D) 예산권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관계부처와 국회 상임위원회간 견해차도 큰 상황이다. 예산권 문제가 매듭이 지어지지 않으면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과학기술 정책의 방향이나 전략이 전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양수석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총연합회 회장은 "이쯤 되면 과학관련 정책들이 제시돼 비판도 받고 환영도 받아야 하는데, 그런 논의가 전혀 없다"며 "대선 전에는 4차 산업혁명 등 과학기술 정책에 관해 큰 관심을 보인 것과 대조된다"고 말했다.

연구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답보상태다. 지자체와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작업이 시작됐지만 연구현장은 정부의 지침이 내려왔음에도 지난 14일 발표하기로 한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기약없이 연기한 상태다.

신명호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정책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개혁을 하겠다는 의지가 없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과학계 노동시장 문제는 집행되는 것이 전혀 없다"며 "지침이 내려왔음에도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고 있는 만큼 이런 답보상태의 원인이 정부부처·기관 차원의 문제인지 구성원의 집행력 문제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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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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