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년이 넘은 일이다. 대전에서 조직까지 만들어 폭력을 행사한 중학생들이 대거 경찰에 붙잡힌 적이 있었다. 이른바 `목동패밀리`. 이 학생들은 행동강령까지 만들어 조직을 관리했고, 폭력을 행사하며 학생들에게 금품까지 갈취했다. 성인이 하는 방법 그대로를 답습했다. 모두 42명의 학생이 경찰에 적발됐다. 주범 격인 2명이 구속되고 16명은 불구속 입건, 24명은 선도조치가 이뤄졌다. 구속된 학생이나 불구속된 학생, 선도조치가 이뤄진 학생 모두 소년법의 적용을 받았다.

최근 천안·아산·부산·강릉 등 곳곳에서 청소년 범죄가 발생하면서 소년법 폐지 논의가 뜨겁다. `형량을 줄여주는 소년법, 유지해야 하는가`라는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3.3%가 소년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같은 목소리는 청소년 폭력행위가 성인만큼 잔혹함에도 소년법으로 인해 처벌 수위가 낮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현행 소년법은 18세 미만 소년에 대해 최대 형량을 징역 15년으로 제한하고, 살인과 같은 특정 강력범죄도 최대 징역 20년까지만 선고가 가능하다. 소년범 중에서도 만 10세에서 14세 미만은 촉법소년으로 구분돼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최근 발생한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에서도 가해자 4명 중 1명은 14세 미만이어서 형사처벌을 면했다.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지 않거나 처벌수위가 낮다는 것에 국민들은 분노했고, 소년법 폐지를 외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소년법 폐지가 답일까. 폐지가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지금의 여론은 미디어에 의해 부각된 일부 사건으로 격앙된 상태다. 조금 냉철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최근 발생한 청소년 범죄는 어른들의 범죄 행동들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소년법을 폐지하거나 법의 적용연령을 낮추고 처벌을 강화하기보다는,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하다. 범죄의식이 결여된 청소년들에게 합당한 교육을 통해 자신의 행위가 얼마나 큰 범죄인지 명확히 인식시켜줄 제도적 장치 마련이 먼저이다.

당초 소년법은 청소년들이 성인과 달리 자기 판단 능력 등이 없기 때문에 똑같이 처벌하지 않고 교육시키기 위한 취지에서 입법됐다. 이런 입법취지를 살려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성인들이 주가 되어 만들어 놓은 가정과 학교 시스템 등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한 뒤, 처벌 수위 강화 논의를 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본다.

김달호 취재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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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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