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있으면 일 년 중 달(月)이 가장 밝다는 팔월 한가위다. 옛날부터 우리 민족은 이때가 가장 풍요로울 때였다. `오월농부 팔월신선`이란 말처럼 8월은 오곡백과 풍성하여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농촌에서는 가장 즐거운 때이다. 일 년 동안 농사를 지은 곡식을 추수하며 한해의 모든 힘든 일에서 비껴나 마음의 여유까지도 챙겼고, 나라에서조차 수고한 백성들을 위하여 잔치를 베풀었다. 그리하여 한가위 명절이 생겼다.

한가윗날은 날씨가 선선하여 추운 설날보다 근친(覲親)하기에 알맞은 명절이다. 옛날엔 시집간 딸의 친정나들이가 쉽지 않았으므로, 한가위 명절 끝 한가한 날을 잡아 시집과 친정의 중간쯤에 있는 산이나 골짜기에서 양쪽집안이 만나 서로 장만해 온 음식을 나눠 먹으며 하루를 즐기는 풍습이 있었다. 이를 도중에서 서로 만난다는 뜻으로 `중로상봉(中路相逢)` 또는 `반보기`라고 하였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속도 이제는 먼 전설처럼 되어 버렸지만 지금도 대부분의 가정엔 추석이 되면 모든 가족들이 모여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내고, 조상의 산소에 성묘를 한다. 조상에 대한 공경심을 찾는 것은 조상님은 바로 자기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올 추석명절, 정부는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내수 진작과 경제 활성화를 촉진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열흘이라는 긴 연휴는 또 다른 양극화를 발생시키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를 하게 된다. 잭팟이 터졌다는 여행업계와 그것을 누릴 수 있는 여행객들이 있는 반면,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 소규모 제조업체와 종사자들, 알바생들은 물론 맞벌이 부모들까지도 열흘의 연휴가 힘들어 한숨이 나온다고 한다. 형편이 좋아 국내외여행을 하며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서민들에게는 오히려 큰 부담과 상실의 날이 되어버렸고, 모두가 즐겁게 명절을 맞이하던 옛날은 말 그대로 옛날이 되어버렸다.

형편대로 살아가는 현실에서 누가 옳고 그르다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기에 필자는 여러분들에게 `내가 만드는 행복` 즉, 스스로 행복해지라고 하고 싶다. 행복을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은 바로 남과 비교하기이다.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늘 자신을 평가할 때 남과 비교하며 열등감을 느낀다. 반면에 행복한 사람은 자신의 모습을 바라볼 때 기준을 남에게 두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나보다 잘하든 못하든 개의치 않는다. 행복은 내가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라기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에 얼마나 만족하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의 삶에서 찾아오는 고통과 아픔의 원인을 정확히 찾지 못하고 있다. 언제나 그것이 나의 밖에 있다는 생각을 하며 원망과 불평만하기 때문이다.

`법화경`에 부처님께서 공경, 존경, 존중 찬탄 공양으로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의 보살도를 행하면 최후의 성불(成佛)할 것이라고 했다. 신구의(身口意) 삼업으로 입으로는 좋은 말, 몸으로는 좋은 일, 늘 좋은 생각의 대자비행을 행하면 어느새 내가 부처가 된 듯 행복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좋은 마음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고, 좋은 마음을 쓸 수 있을 때 금생을 성공했다고 할 수 있으니 이번 추석에 가족들을 만나 좋은 마음으로 서로에게 공경·존경·존중·찬탄하며 부처님 법식에 따라 선열을 느끼며 즐겁게 보내시길 바란다.

물가가 크게 올라 차례상 차리기 힘들다 하지 말자. 차례(茶禮)는 하늘과 조상에 차(茶)를 올리면서 드리는 예(豫)이다. 불교식 가정제사의 기본 지침에 따르면 상차림은 간소함을 원칙으로 고기와 생선류는 제외하고 육법공양물에 해당하는 향·초·꽃·차·과실·밥과 국·3색 나물·3색 과일을 올린다. 그리고 여기에 하늘과 조상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더하면 된다. 자손들이 어렵고 부담스럽게 차려 올리는 차례상을 받고 싶어 하는 신과 조상이 있겠는가?

굳이 어렵게 집에서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가까운 절에 차(茶) 한잔, 큰마음 한 자락 가져가서 하늘과 부처님, 자신의 조상들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리고, 부처님의 말씀처럼 내 안의 부처를 만나고 행복해지면 어떨까? 오곡백과가 익어 가는 풍요로운 계절이니 어진 사람이라면 탐심(貪心)이 없을 것이요, 탐심이 없으니 진심(嗔心)이 없고, 진심이 없으면 치심(癡心)도 사라져 마음의 행복이 가득할 것이니. 무원스님 천태종 대전 광수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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