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은 높은 나뭇가지에 달려 있는 잎이나 과일을 따먹기 위해 목과 다리가 그렇게 길어졌다. 기린은 긴 목과 다리 외에도 60cm나 되는 긴 혀를 갖고 있으며 그런 몸의 기구들로 높은 나무의 잎과 과일을 따먹을 수 있으나 그런 몸의 구조는 다른 일을 하는 데는 아주 불편했다. 그 목은 마음대로 굽이지도 못했고 다리의 무릎도 잘 꿇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편안하게 잠도 자지 못했다. 보통 선 자세로 잠을 자지만 무릎을 꿇고 앉아서 잘 때도 목은 굽히지 못해 아주 어색한 자세로 잠을 잤다.

기린은 물가에서 물을 마실 때도 아주 불편하게 움직였다. 네 다리를 옆으로 쭉 뻗어 자세를 낮추어 물을 마시지만 매우 불편해 보였으며 때로는 몸의 균형을 잃어 쓰러질 때도 있었다.

그런 기린이 어떻게 짝짓기를 하였는가.

아프리카의 원주민들 중에도 기린이 짝짓기를 하는 것을 본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소문이 퍼져 있었다. 두 마리가 길게 옆으로 누워 짝짓기를 한다는 소문도 있었고 무릎을 꿇어 앉아서 한다는 소문도 있었으나 그 어느 것도 사실이 아닌 것 같았다. 기린의 몸 구조로 봐서 그런 자세로 짝짓기를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기린은 짝짓기를 못하는 동물이라고 단정할 수 없었다.

기린은 번식이 잘 되지 않아 멸종 위기에 있으나 멸종이 된 것은 아니었으며 몇 년에 한 번씩 새끼를 출산하고 있었다. 기린은 어렵게 출산을 했으나 태어난 새끼는 아주 예쁘고 귀여웠다. 그 새끼는 엄마 배에서 태어날 때도 커다란 눈을 뜨고 있었고 긴 속눈썹이 있는 그 눈은 동물 중에서 가장 예쁘다는 칭찬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브라운 박사는 꼭 기린의 암수가 짝짓기를 하는 것을 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벌써 1주일 동안이나 브라운 박사 일행이 타고 있는 반 트럭이 아프리카 케냐 마사이란드의 초원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광대한 아프리카 초원을 아무리 돌아다녀도 기린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1주일 만에 브라운박사는 대여섯 마리의 기린의 무리를 발견했다.

기린의 무리들이 있는 초원에도 여러 종류의 많은 초식동물들이 모여들고 있었으며 그곳에 초식동물들의 왕국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기린들이 있는 곳에 다른 초식동물들이 모여드는 이유는 8m 높이에 있는 기린의 대가리가 포식동물들을 감시하는 망루 역할을 하기 때문이었다. 기린은 또한 예민한 시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5㎞ 이내로 들어오는 사자 하이에나 등 포식동물을 어김없이 발견했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