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국가라면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의 수장이 공석이 된다는 것은 상상이 어려운 일이다. 김 후보자 인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찬성이 53.3%로 반대 28.7%를 크게 웃도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문재인 대통령도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출국하기 하루 앞서 인사문제와 관련해 국회와의 소통이 부족했음을 인정하며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에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오늘 카자흐스탄 등을 방문하려던 일정을 연기했다. 그렇지만 야당의 반응은 아직 냉랭하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김 후보자 인준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도 인준안 절차 진행은 받아들였지만 당론으로 가부를 결정하지는 않았다. 지금으로선 국회 표결이 이뤄져도 인준안 통과를 장담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을 둘러싼 공방은 정략적 측면이 강하다. 한국당이나 바른정당이 김 후보자의 정치적 편향성이나 문재인 정부의 사법권력 장악을 문제로 삼은 것은 다분히 자의적인 주장이다. 국민의당이 선결조건으로 요구한 여당 대표의 사과 역시 감정적 대응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보다 진정성을 갖고 야당을 설득해야 하는 이유는 국정에 책임 있는 여당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장 인준을 놓고 정치적 흥정을 벌이라는 것이 아니라 협치와 소통의 묘수를 찾으란 얘기다. 이를 소홀히 했다가는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때처럼 부결이라는 아픔을 되풀이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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