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전 유성구 원룸촌 가보니

18일 대전시 유성구 궁동 대학가 원룸촌. 배출 스티커가 없는 낡은 의자 등 폐가구가 버젓이 버려져 있다. 조수연 수습기자
18일 대전시 유성구 궁동 대학가 원룸촌. 배출 스티커가 없는 낡은 의자 등 폐가구가 버젓이 버려져 있다. 조수연 수습기자
"어휴 저런 건 너무 낡아서 주워갈 수도 없죠…. 누구 보고 치워달라는 건지…?"

18일 낮 12시. 대전시 유성구 궁동 소재 대학가 원룸촌. 골목은 이사를 위해 몰려든 대학생과 용달차로 북적였다.

개강을 해 자취방을 구한 학생들은 강의가 없는 시간을 틈타 이삿짐을 챙겨 원룸촌을 찾았다. 빽빽이 들어선 원룸 빌라들 사이에는 시트가 뜯어진 의자, 세탁기, 낡은 장롱, 서랍장 등이 버려져 있었다. 빌라 옆을 지나는 행인들은 오랫동안 버려진 채 방치된 가구 옆에 무심히 쓰레기를 던졌다. 대학생들이 모여 사는 공간이 쓰레기장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폐가구 배출은 인근 동사무소·구청, 구청 홈페이지에서 스티커를 발급받아 부착하면 위탁업체에서 수거해가는 시스템이다. 스티커 가격은 침대 매트리스 5000원, 책상 3000원, 의자 2000원, 세탁기 5000원으로 대부분 1만 원 안쪽에 살 수 있다. 하지만 1인 가구가 많은 원룸이나 식당 주변에는 여전히 대형 폐기물부터 쓰레기까지 불법투기가 일상화돼 있어 사실상 스티커의 존재의미가 무색해졌다.

대학생 이모(23) 씨는 "어차피 내다 버리는 물건이고, 솔직히 원룸은 오래 살 내 집도 아닌데 쓰레기처리에 돈을 내는 게 억울하다"며 "생활비가 빠듯한 자취생들에게는 단돈 1000-2000원도 아까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관리사무소가 딸려 있는 아파트나 오피스텔은 자체적으로 감시가 가능하지만, 보통 집주인이 살지 않는 원룸빌라는 사실상 단속이 어렵다. 뒤늦게 폐기물을 발견한 집주인이 직접 스티커를 부착해 처리하기 일쑤다. 구청은 신고가 들어오면 방치된 폐기물에 경고문을 부착하고, 오랜 기간 주인이 없다고 판단되면 무단투기자 신원추적 없이 수거해간다. 그러나 이마저도 신고가 들어왔을 때만이어서, 방치되는 폐가구가 더 많다. CCTV를 판독해도 얼굴이 잘 보이지 않거나, 얼굴 판독이 가능해도 구청에서 신원조회를 하기는 어렵다.

최근 원룸 건물에서 방 한 칸을 샀다는 최모(33) 씨는 "각 방마다 실소유자도 달라 사실상 대신 처리해줄 집주인도 없다"며 "방을 깨끗이 도배하고 꾸며도 집 앞이나 계단에 폐가구 때문에 입주 희망자가 있을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유성구청 관계자는 "위탁업체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구간단속을 하고 있지만 원룸촌에 상시근무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결국 개인의 시민의식이 가장 중요한데, 인터넷으로도 스티커 구입이 가능하니 양심껏 지켜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전시 쓰레기 불법투기 계도·단속건수는 2015년 3879건, 2016년 4348건, 2017년 7월까지 1426건에 달한다. 조수연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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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대전시 유성구 궁동 대학가 원룸촌. 배출 스티커가 없는 서랍장 등 폐가구가 버젓이 버려져 있다. 조수연 수습기자
18일 대전시 유성구 궁동 대학가 원룸촌. 배출 스티커가 없는 서랍장 등 폐가구가 버젓이 버려져 있다. 조수연 수습기자
18일 대전시 유성구 궁동 대학가 원룸촌. 배출 스티커가 없는 세탁기 등 폐가구가 버젓이 버려져 있다. 조수연 수습기자
18일 대전시 유성구 궁동 대학가 원룸촌. 배출 스티커가 없는 세탁기 등 폐가구가 버젓이 버려져 있다. 조수연 수습기자
18일 대전시 유성구 궁동 대학가 원룸촌. 배출 스티커가 없는 세탁기 등 폐가구가 버젓이 버려져 있다. 조수연 수습기자
18일 대전시 유성구 궁동 대학가 원룸촌. 배출 스티커가 없는 세탁기 등 폐가구가 버젓이 버려져 있다. 조수연 수습기자
18일 대전시 유성구 궁동 대학가 원룸촌. 배출 스티커가 없는 낡은 의자 등 폐가구가 버젓이 버려져 있다. 조수연 수습기자
18일 대전시 유성구 궁동 대학가 원룸촌. 배출 스티커가 없는 낡은 의자 등 폐가구가 버젓이 버려져 있다. 조수연 수습기자

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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