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사법부 새 수장 선임은 각 정당의 이해관계로 미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 요체인 입법·사법·행정 3권 분립의 관점에서 봐주길 바란다"고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준을 호소했다. 또 "그동안 국회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노력했지만, 부족했던 것 같아 발걸음이 더 무겁다"고 몸을 낮추면서 방미 일정을 끝내고 여야 5당 대표와의 청와대 회동 추진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 등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기 하루 전인 이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대독한 김 대법원장 후보자 국회 인준과 관련한 입장문을 통해 이 같이 호소했다.

윤 수석의 대독 형태로 이뤄졌지만,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고위 공직자 국회 인준과 관련해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입장문에서 "현 대법원장 임기가 24일 끝난다. 그 전에 새로운 대법원장 선임 절차가 끝나지 않으면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라는 헌정사상 초유 사태가 벌어진다"고 우려한 뒤 "인준 권한을 가진 국회가 사정을 두루 살펴 사법부 수장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주시기 바란다"고 거듭 호소했다.

그는 또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이 매우 엄중하며, 유엔총회장으로 향하는 제 발걸음은 한없이 무겁다"며 "하지만 국제 외교 무대에서 한국의 이익을 지키고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어느 때보다 노력하겠으며 국제사회가 우리와 함께 평화적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게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대법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준 문제도 제 발걸음 무겁게 한다. 그동안 국회와의 원활한 소통에 노력했지만 부족했던 것 같아 발걸음이 더 무겁다"며 "유엔총회를 마치고 돌아오면 각 당 대표를 모시겠다. 국가안보와 현안문제 해결을 위해 논의하고 협력을 구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국회와의 소통 부족을 언급한 것과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건 등 국회에서 진행돼야 할 여러 절차가 잘 진행되지 않은 데 대해 대통령도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해 문 대통령이 국회를 향해 몸을 낮춘 것이라는 해석이 적지 않다.

이 관계자는 또 사실상의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그 문제는 민주당이 국회에서의 협의 과정에서 잘 풀어주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당에 공을 넘겼다.

서울=송충원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