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모 방송국에서 방영된 `조작`이라는 드라마가 끝났다. 사회적인 부조리에 대한 현실을 파헤치는 기자들의 모습을 그린 이 드라마는 조작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사회적 이슈를 조작하고 사건을 은폐하는 등 각종의 사회적 부조리를 만들어 낸 실체를 파헤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한 마디로 이 드라마의 내용은 사실이 아닌 허구이고, 어디까지나 드라마 일 뿐이다.

드라마의 내용은 보이지 않는 권력을 행사하는 집단과 언론을 움직일 수 있는 일부 언론인, 그리고 일부 부패한 검찰이 그들의 권력을 이용해 사실은 은폐하고 축소하고 조작해 자신들의 방식으로 사회를 움직이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결국 기자들의 활약과 그래도 정의로운 검찰의 노력으로 이런 조작의 음모는 드러나고 10년이 넘게 지속되어 온 `적폐`는 끝나게 된다.

이 드라마는 다시 강조하지만 사실이 아니고 작가가 쓴 허구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 몰입하면서 자꾸만 사실이 아니라는 전제를 하고 있음에도 마치 드라마의 내용이 사실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정말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가 드라마에 설정된 내용처럼 그렇게 부패한 사회는 절대 아니다. 그런데도 드라마의 내용이 마치 사실처럼 느껴지는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작가의 탄탄한 내용 구성과 묘사 그리고 배우들이 실감나게 연기를 한 것도 그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드라마의 내용이 사실처럼 느껴지게 한 이유로, 박근혜 정부의 국정논단의 실체가 밝혀지고, 또 요즘 언론보도를 통해 보도되고 있는 댓글사건을 비롯한 지난 과거의 적폐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 큰 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바로 우리는 지난해 겨울부터 드라마와 같은 현실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잘못이나 과오를 숨기고 감추고 축소하고 은폐하려고 하는 것이 아무리 인간의 본성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실은 언젠가는 `진실`이라는 것으로 드러나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리고 어떤 사실과 진실은 아무리 조작한다고 해도, 진실 앞에서는 무력하게 된다는 것도 우리는 경험했다. 이것은 바로 우리 사회에 항상 살아 있는 저의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그 동안 쌓여 온 부정과 부패와 부조리를 없애려고 하는 `적폐 청산`을 하고 있다. 사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매번 적폐 청산 작업을 하지 않은 적이 없다. 그런데 이렇게 적폐를 청산하고 나더라도 또 다른 부정과 부패가 새롭게 쌓여가는 것을 우리는 경험했다. 이런 현상은 아마도 무엇이 부정한 것이고 옳지 않은 것이라는 것에 대한 판단이 그 때 그 때 마다 달라서 생겨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상식의 범위에서 `누군가 은밀하게 하는 행위`는 결코 올바른 것이 될 수 없다. 만약 어떤 행위나 결정 그리고 더 나아가서 정부의 정책도 역시 은밀하게 이뤄진다면 이것은 부정과 부패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적폐를 청산하고 나서 또 다른 부정과 부패를 쌓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행위나 행동, 그리고 결정을 할 때, 은밀한 것이 아니라 투명하게 그리고 그것을 누구나가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부정과 부패를 막는 최소한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은밀한 것은 조작을 조장하게 된다. 그리고 투명한 것은 조작이 가능하게 그냥 두지 않는다. 누구나 알 수 있게 투명한 것을 조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작이라는 드라마의 말미에도 소위 어르신의 정체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아마도 작가가 의도적으로 그 어르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어르신은 바로 우리가 될 수도 있다. 무엇인가 감추고 숨기고 있는 우리가 숨어 있는 어르신과 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 우리를 숨기고 감추고 있는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모든 것이 투명한 사회, 그 사회가 바로 우리가 바라는 조작이 불가능한 사회가 될 것이다. 이런 사회는 분명 정의가 살아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조작이나 은밀한 것은 결국 파멸과 같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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