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30년 후 전국 228개 지자체 중 3분의 1이 소멸될 것이라 한다. 고령인구(65세 이상) 대비 가임여성인구(20-39세) 비중으로 산출한 소멸위험지수라는 연구방법에 따른 결과이다. 현재 우리나라 농촌의 65세 이상 고령화 비율은 40%에 이르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를 넘어 당장 소멸될 걱정을 눈앞에 두고 있는 처지이다. 정부에서는 농산어촌개발 사업, 귀농귀촌 장려, 농촌복지 확대 등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충남 홍성군 장곡면에 가면 `젊은협업농장`이라는 곳이 있다. 비닐하우스 8동에 유기농 쌈채소를 재배하는 곳인데 여기서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귀농을 하려는 젊은 예비농부들에게 농사를 가르쳐 독립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농사를 가르친다는 것은 농업기술의 습득뿐만 아니라 농촌에 살면서 농촌생활의 가치를 터득하고 마을행사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원주민과 문화충돌을 최소화시켜 청년농부들이 마을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게 도와준다는 의미이다.

2012년 협동조합 형태로 출발한 이 농장에서는 현재 9명이 농사를 통해 희망을 일궈 가고 있다. 농장 설립 이후 개인농장 2개, 조합형 농장 5개가 독립했으며, 지역의 농업 기관·단체에 취업하고 마을에 독립영화제작소와, 사진연구소를 창업한 사람도 있다. 이 마을에 별다른 연고도 없는 젊은이 30여명이 장곡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어르신들에게 수시로 농사 짓는 방법을 물어보고 마을 대소사에 참여해 수다도 떨며 인문강좌, 음악회, 영화제, 연극공연 등 다양한 문화활동을 주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고령인구 비율이 51%나 되는 이 마을에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현재 농촌의 고령인구 대부분은 중소농이다. 이들의 빈 자리를 채우지 못하면 대농과 기업농 중심 농업경영을 통해 농·산업은 남겠지만 농촌이라는 공동체는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중소농의 빈자리는 협동과 상생이라는 사회적 가치실현을 목표로 하는 사회적 농업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젊은협업농장의 도전은 아직 성과라기보다는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 발칙한 젊은이들에게서 농업농촌의 희망을 찾고 싶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농촌소멸이라는 우려는 매우 현실적인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한 치열한 고민과 새로운 모색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홍성군 장곡면 도산리 `젊은협업농장`의 도전을 정부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이유이다. 김기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남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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