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유행하면서 커피 마니아들은 하루에 마시는 물과 커피의 양이 엇비슷할지도 모를 정도로 커피를 즐기고 있다. 건강을 위해 물을 잘 마시는 것이 중요하지만, 커피도 건강에 좋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물도 커피도 건강을 위해 적절히 마시는 것이 필요해졌다.

물은 몸 전체를 순환하며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돕고 체온조절이나 노폐물을 배출하는 등 건강과 생명을 지켜준다. 어릴 적 목이 마르면 아무데서나 마실 수 있는 유일한 음료가 물이었다. 놀이를 하다가도 펌프 물을 받아서 먹고, 수도꼭지가 있으면 그곳에 입을 대고 마셨던 추억이 있다. 계곡의 흐르는 물을 마시는 것도 흔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렇게 물을 마시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물이 오염되어 안심하고 마실 수 없기 때문에 정수기에서 받은 물을 마시거나 상점에서 생수를 사서 마시는 세상이 되었다.

"물을 마실까? 주스나 콜라를 마실까?" 이렇게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당연히 콜라일 것이다. 톡 쏘면서 달콤함이 진하게 느껴지는 탄산음료의 매력을 거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이든 어른이든 입맛을 사로잡는 것은 순수한 물보다는 무언가 맛을 달리하는 음료이다. 다만 많은 어른들도 건강을 생각해서 자제하는 것뿐이지, 달콤한 음료의 유혹을 못 느끼는 것은 아니다.

요즘 성장기의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주의 집중력이 떨어지며, 사회적으로 공격성이 심해지고 있어 여간 걱정이 아니다. 특히 최근 여중생들의 엽기적 폭력 사건을 계기로 전국 곳곳에서 청소년 폭력의 실상이 공개되면서 나라 전체가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국민들의 근심이 여간 깊은 것이 아니다.

그런데 청소년들의 폭력성이나 정서적 불안정의 상당한 원인이 어려서부터 익숙해진 달콤한 음료에 있다고 한다면 너무 비약적 해석이라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놀랍게도 마시는 물과 음료가 아이들의 정서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유나 젖을 먹는 어린 영아기 때부터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미네랄이 있는 물을 잘 골라 먹일 필요가 있다. 미네랄은 우리 몸에 소량이지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청량음료에 익숙해져 있는 요즘 아이들은 화학첨가제가 들어 있는 음료를 일찍부터 마시고 있기 때문에 신체 발달, 인지 발달, 사회성 발달에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청량음료 속의 화학첨가제가 몸속에 있는 소량의 미네랄 성분을 배출시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신체는 물론 정서에까지 영향을 끼쳐 문제행동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익숙한 것을 바꾸기 참 어렵다는데 있다. 몸이 알고 느낌으로 알기 때문에 익숙한 것들을 바꾸긴 쉽지 않은 것이다.

요즘 커피는 물 못지않게 우리 생활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줌마 커피로 통용되며 유행하던 믹스커피는 이젠 건강 때문에 찾는 이들이 크게 줄었다. 그 자리를 아메리카노가 대신하고 있다. 또한 항암 효과 등 커피가 건강에 좋다는 결과가 널리 알려지면서 인스턴트 커피보다 즉석 내림 커피의 인기가 상종가를 기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이 거리를 다니며 바쁘게 오가는 모습에 많은 변화가 왔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을 기다릴 때, 거리를 다닐 때, 차 안에서 신호대기중일 때, 그리고 식사를 하고 난 뒤에도 커피가 들어있는 종이컵을 들고 있다. 커피는 이제 우리 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기호품이 되었다. 밥을 꼭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이제 커피는 꼭 마셔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커피를 마시며 조각 케이크를 꼭 먹어야 한다면 프랑스에서는 커피숍이 아닌 물 숍에서 물과 조각 케이크를 먹는다. 건강을 생각하고, 몸을 생각하면서 사람들이 커피 대신 물을 마시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물이든, 커피이든 순수한 것을 마셔야 건강에 좋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청량음료보다 미네랄도 포함된 생수를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고, 달콤 고소한 믹스커피보다 아메리카노가 건강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니 말이다. 몸의 건강뿐 아니라 사회의 건강도 순수한 공익을 추구할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란 점에서 우리 사회 현안해결의 방안을 찾아야 하리라 본다. 장혜자 대덕대 영유아보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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