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총리가 세종시 행정수도 문제와 관련해 회의적인 견해 표명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지난 달 언론 인터뷰 내용중 세종시 행정수도 개헌 부분에 대한 이른바 `국민 부동의` 답변 때문에 적잖이 시달렸을 법 한데도 그제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 때에도 청와대가 세종시로 내려오는 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겨 또 충청 여론에 풍파를 일으킨 꼴이 됐다. 국회를 포함해 청와대 세종시 이전은 행정수도 개헌의 가장 핵심적인 전제 사실이 돼야 한다. 이게 깨져버리면 세종시는 무늬만 행정중심도시일뿐 행정수도로의 성장판은 끝내 닫히고 만다.

이 총리는 언론인, 정치인, 광역단체수장 등을 거친 인물이다. 정무 감각 면에서 현역 정치인에 뒤지지 않을 것이고 시류를 읽는 눈 또한 서너 수 정도는 내다보는 것으로 간주해도 무방하다. 그런 팔방미인형 이 총리가 행정수도 완성과 이를 위한 개헌 명문화 당위성 등에 대한 이해와 정책 철학이 빈곤할 리 없고, 그럼에도 본질적으로 세종시와 행정수도 가치가 등치되기 어렵다는 식의 화법을 구사했다. 미루어 짐작컨대 무슨 필유곡절이 있지 않고서는 이 총리가 굳이 행정수도 `오염` 개연성을 의심케 하는 발언을 내놓을 이유가 찾아지지 않는다 하겠다. 이 총리가 이렇 게 나올 때에는 세종시 행정수도 개헌 문제가 총리 라인을 넘었기 때문일 수 있다. 국정의 2인자이자 권력 내부 사정을 두루 꿰고 있을 이 총리가 외곽을 때리고 있는 현실은 좋지 않은 징조임에 분명하다. 우울한 전망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개헌안에 세종시 행정수도 명문화 규정이 담길지 장담을 못한다. 이 총리도 밝혔듯 지금 정부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표방하고 나선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 대목에서 현 정권의 뿌리의식을 엿볼 수 있으며 이는 정권이 지향하는 광장민주주의 가치와도 연동되는 측면이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개헌 작업은 이 총리를 뛰어넘는 전략적 차원의 지혜가 요구되는 중대 영역에 해당한다. 지역 단위 중구난방식 대응으로는 역부족이고 우선은 만일의 상황을 압도할 정치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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