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가 난맥상에 빠져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이후 벌이는 신경전 탓이다. 민주당이 헌재소장 인준안 부결의 책임을 국민의당으로 떠넘기고 국민의당은 이에 맞서 청와대와 여당을 비난하고 있는 형국이다.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엊그제 끝났지만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이 등을 돌리면서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은 물론 임명동의안 상정 등의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임기가 오는 24일로 만료되니 양당의 신경전이 길어진다면 자칫 초유의 대법원장 공백사태를 맞을지도 모른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여러 원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민주당 지도부의 실책을 꼽을 수 있겠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 등이 헌재소장 인준안이 부결되자 국민의당을 탓하면서 강한 어조로 비판을 했다. 우군이라 생각했던지라 서운함을 넘어 과격한 표현으로 국민의당을 자극했고, 그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대법원장 인준안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국민의당이 청와대와 민주당에 사과를 요구하며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상정과 관련한 협의를 거부하는 것이 그리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정치적 공방이야 늘 있는 일이지만 지나치면 정략적이거나 피해의식으로 보일 수 있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이유로 사사건건 국정의 발목을 잡는다면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청문회에서 보았듯 김 후보자가 대법원장 직책을 수행하는데 있어 자질이나 경륜이 부족해 보이지는 않는다. 약자와 소수에 대한 관심과 배려, 인권을 우선하는 그의 자세는 사법부 수장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이라고 여겨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를 대법원장 후보로 선택한 이유도 사법부 독립과 사법 개혁의 적임자로 봤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민의당의 요구에 응할 필요가 있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나서라는 것이다. 헌재소장 후보자에 이어 대법원장 후보자마저 정치적 희생양이 되는 불행한 사태를 원치 않는다면 사과를 주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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