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섬-저항의 양극, 한국과 오키나와

오키나와. 일본의 대표 관광지다. 산호초가 펼쳐진 바다가 떠오른다. 프로야구 선수단의 전지훈련지로도 익숙하다. 한국인들이 떠올린 오키나와의 첫 이미지다. 어쨌든 오키나와는 아름다운 풍광이 서려 있는 섬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오키나와는 일본 제국주의가 팽창하기 위한 하나의 `극`이었다. 일본의 침략으로 병합된 식민지이기도 하다. 과거 한국도 그러했다.

책 `두 섬-저항의 양극, 한국과 오키나와`는 한국과 오키나와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들춰낸다. 오키나와를 새롭게 바라봐야 한국이 지닌 역사를 되돌아 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오키나와가 한국과 함께 일본제국주의·식민주의가 남과 북으로 뻗어나가기 위한 양극이었다고 설명한다. 오키나와는 일본 본도와 다른 류쿠왕국이 있었는데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의 침략으로 병합된 식민지다. 일본은 오키나와를 병합하면서 중국, 동남아시아를 침략하는 전진기지로 삼았다. 당연히 오키나와는 태평양전쟁의 참화에 휩쓸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미군은 일본 본도로 진입하기 전, 제주도와 오키나와를 두고 오키나와에 상륙했다. 이로 인해 벌어진 미군과 일본군 사이 전투는 오키나와에 엄청난 인적, 물적 참사를 가져왔다. 국가 간의 전투뿐만 아니라 당시 일본군은 오키나와 민중들을 미군의 스파이로 몰아 학살했으며 집단자결을 강요하기도 했다. 물론 오키나와에 끌려온 조선인들의 운명도 마찬가지였다.

저자는 이 당시 벌어진 오키나와전쟁에서만 9만8000명의 오키나와인들이 죽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군 노무자, 위안부로 끌려가 죽은 조선인도 1만여 명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당시 일본군 32군에 배속된 위안부는 460-660명으로 추정된다. 결국 오키나와는 일본제국주의에 희생된 조선과 공통점을 갖고 있는 셈이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비트겐슈타인의 조어를 빌려, 한국과 오키나와가 일종의 `가족유사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거시적인 시각에서는 동아시아 역내에서 항상 `인질 상태`와 유사한 국면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비민족주의적 반식민주의`입장에서 오키나와와 한국을 둘러싼 동아시아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 만큼 식민주의 청산은 `일본 문제`라고 단언한다. 그는 "지식인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한국과 일본에서 역사에 대한 아전인수 격의 해석을 지지하거나 열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지적 쇠퇴의 명백한 결과"라고 꼬집는다.

책은 현 오키나와 현지 자료를 독해한 문헌자료를 사용했다. 머리말도 오키나와에서 썼다. 저자는 지난 10년 동안 오키나와를 다시 보려는 지적 실천을 보여주며 기존 역사 연구를 환기시키고 있다. 10년 만에 저서를 들고 나타난 문학비평가 이명원이 바라본 오키나와와 한국. 독자들은 책을 통해 새롭게 오키나와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김대욱 기자

이명원 지음·삶창·376쪽·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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